나경원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열린 정무위원회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2일 국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 절차를 물리력으로 저지한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 23명과 황교안 대표를 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종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도 폭행 등 혐의로 기소했다. 사건 발생 뒤 8개월 이상 끌어오다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이 통과된 시점에야 뒤늦게 기소가 이뤄졌을 뿐 아니라 그 내용도 석연찮은 대목이 적잖다. 검찰개혁 국면에서 검찰이 여전히 정치적 고려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윤석열 검찰’이 거듭 당당하지 못한 행보를 보이는 것 같아 매우 실망스럽다.
이 사건은 자유한국당이 국회법에 정해진 절차를 물리력으로 방해한 행위가 본질이다. 애초 선거법 등에 대해 진지한 협상 노력이나 최소한의 필리버스터 시도도 없이 곧바로 실력 저지에 들어갔다. 여야가 어렵게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짓밟아 ‘동물국회’로 퇴행시킨 것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유린 행위였다. 더구나 경찰과 검찰의 거듭된 소환 요구에 불응하는 등 법 위에 군림하는 오만한 태도로 일관한 것도 온 국민이 지켜봤다.
그런데 검찰은 명백한 국회법 위반 행위를, 회의 시도 과정에서 빚어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우발적인 폭력과 동렬에 놓고 물타기함으로써 법 집행의 균형을 잃었다. 실력 저지에 가담한 한국당 의원 중에는 13명이 정식 기소됐을 뿐 무려 37명이 기소유예, 10명이 약식기소됐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5명을 공동폭행 혐의로 기소(약식기소 1명 포함)하고, 무려 28명에게 ‘소극적 유형력 행사’ 등 이유로 무혐의 대신 기소유예 조처했다.
특히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감금 과정에 적극 가담하는 행위가 영상으로 명백히 드러난 여상규 의원 등 한국당 의원 5명을 기소하지 않은 것은 정치적 고려로 볼 수밖에 없다. 법사위원장으로서 상임위가 열릴 때마다 “정당방위” 운운하며 황당한 자기변론을 펼치더니 결국 검찰이 외압에 굴복한 꼴이 됐다. 반면 민주당에선 박범계 표창원 박주민 의원 등 법사위에서 검찰개혁 입법에 적극 앞장선 의원들을 사실상 ‘표적 기소’했다.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을 다 지켜보고 난 뒤에야 결정을 내린 것도 절묘하다. 이러니 ‘정치검찰’이란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이번 사안은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동시에 왜 검찰개혁이 필요한지 절감케 하는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