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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미국이 부른 ‘이란 보복’, 미국이 풀 책임 있다

등록 2020-01-08 18:32수정 2020-01-09 14:24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장례식이 7일 그의 고향 케르만에서 열리고 있다. 현지 언론은 장례식 도중 몰려드는 인파로 일부가 압사했다고 전했다. 케르만/EPA STR 연합뉴스 2020-01-07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장례식이 7일 그의 고향 케르만에서 열리고 있다. 현지 언론은 장례식 도중 몰려드는 인파로 일부가 압사했다고 전했다. 케르만/EPA STR 연합뉴스 2020-01-07

이란이 8일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 두 곳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 사령관 피살 닷새 만에 예고한 대로 ‘보복’에 나선 것이다. 미국과 이란 갈등이 보복과 재보복의 악순환에 빠지는 모양새인데, 정면충돌로 번지는 건 막아야 한다. 이번 사태의 직접 원인이 ‘제3국을 활용해 이란 사령관을 공격한’ 미국에 있는 만큼, 미국은 더 이상의 군사적 행동을 멈추고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게 옳다.

미국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국인에 대해 임박하고 사악한 공격을 꾸미고 있었기” 때문에 자위권 차원에서 제거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임박한 공격 위험’에 관한 뚜렷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제3국인 이라크에서 군사력을 동원해 이란 고위 인사를 무단으로 암살한 행위는 국제법 위반일 뿐 아니라 이라크 주권을 침해한 행동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애초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높아진 것도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파기한 데서 비롯했음은 전세계가 알고 있는 바다.

물론 미국의 솔레이마니 암살에 대응해 이란이 미사일 공격으로 보복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상황을 이 지경에 이르게 만든 쪽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하는 건 당연하다. 현실적으로 사태를 진정시킬 열쇠를 쥔 쪽도 이란보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임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미국이 이란에 ‘비례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반격할 것을 예고하며 힘으로 이란을 굴복시키려 하는 것은 잘못이다. 미국은 더 이상의 유혈 보복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자제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호르무즈 파병 문제를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7일에도 <한국방송>(KBS) 인터뷰를 통해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며 강하게 파병을 압박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사이에 전면전 가능성까지 감도는 상황에서 우리 군 병력을 보낼 경우 원치 않는 희생만 강요당할 수 있다. 더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미국 편에 서서 병력을 파견하는 건 국제사회에서 정당성과 명분을 얻기도 힘들다. 이란이 “미국의 우방이 가담하면 그들도 표적으로 삼겠다”고 경고한 것을 한쪽 귀로 흘려들어선 안 된다. 파병 문제는 서두를 일이 아니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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