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해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단순히 더 이상 가격이 인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일부 지역은 정말 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만큼 급격한 가격 상승이 있었는데 가격 상승이 원상회복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격이 더 오르는 걸 막는 것을 넘어 일부 집값 급등 지역은 가격을 상당 수준 떨어뜨려야 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서 더 오르지 않는 것을 안정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올바른 정책 방향으로 보인다. ‘평당 1억원대’로 상징되는 비정상적 집값 실태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중산·서민층에게 박탈감과 좌절감을 안겨주고 사회 통합을 해치고 있다.
또 문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이 오랜 세월 동안 그대로 효과가 계속 간다고 볼 수 없다”며 “지금의 대책이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보다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겠다”고도 했다. 정부 대책이 나오면 한동안 숨을 죽이고 있다가 빈틈이 보이면 다시 고개를 드는 투기세력의 속성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신년사에서 밝힌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뜻을 읽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의지대로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가시적 성과를 내기를 바란다. 그러나 한편으론 정부의 접근 방식이 사후 대책에 치중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집값이 급등하면 대책을 내놓고 약효가 떨어져 집값이 다시 들썩이면 더 강한 대책을 내놓는 소모전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접근은 투기세력의 내성을 키우고 대다수 국민에겐 정책에 대한 피로감을 안겨줄 수 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중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는 정책 수단을 일관되게 실행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투기 억제에는 보유세 강화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5년 기준 0.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15개국 평균(0.39%)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집값의 단기적 변동과 관계없이 정부가 보유세 실효세율을 언제까지, 어떤 방법으로, 어느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꾸준히 올리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이렇게 해야 부동산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투기 수요를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금처럼 ‘9·13 대책’ 때 조금 올리고 ‘12·16 대책’ 때 또 조금 올리는 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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