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 태스크포스’의 현장 방문 차원에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을 찾았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29일 ‘우한 경유 외국인 입국금지’ 입법은 물론 중국 관광객 송환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또 ‘문재인 정부가 중국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공포를 ‘반문재인 공세’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불안에 휩싸인 일부 국민이 극단적 주장을 펼치면 오히려 이를 차단하고 설득해야 할 공당이 무책임한 선동으로 반사이익을 얻는 데 몰두하니 개탄스럽다.
원유철 의원은 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우한 등 후베이성에서 입국하거나 경유한 중국인 등 외국인에 대한 입국정지 조처를 할 수 있도록 검역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중국인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하고, 중국에서 한국에 온 관광객을 즉각 송환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제1 야당의 공식 회의에서 이런 극단적 발언이 공공연히 나오는 건 한심한 일이다. 중국 관광객 송환 주장엔 얼굴이 후끈거린다.
중국인 입국 금지나 중국 관광객 송환은 정당하지도 않고 현실성도 떨어진다. 당장 외국인 차별 논란, 중국과의 외교 분쟁을 불러올 것이다. 그런 식으로 이웃 국가와 담을 쌓기 시작하면 국제사회엔 분쟁과 싸움만 가득할 것이다. 이게 집권 경험이 있는 제1 야당에서 나올 얘기인지 아연할 따름이다.
정상적이라면 황교안 대표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황 대표 역시 문재인 정부 공격에만 급급해하는 모습이다. 황 대표는 “지금 청와대가 ‘우한 폐렴’ 명칭이나 고치고 있는데, 우한 폐렴보다 반중 정서 차단에 더 급급한 건 아닌지 걱정”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고질적 중국 눈치보기에 국민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심재철 원내대표도 중국인 입국금지 청원에 “청와대는 말이 없다”며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굳이 청와대 권고가 아니더라도 특정 국가나 지역을 혐오할 수 있는 표현은 자제하는 게 옳다. 이걸 ‘중국 눈치보기’로 연결짓는 건 전형적인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제1 야당이 정부 대응의 잘못과 부족함을 비판하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건 일부 극우 세력이나 할 일이지 제1 야당의 책임 있는 모습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친중 반미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려 표를 얻을 계산이라면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이다. 저급한 공세로 스스로를 국제적 웃음거리로 만들지 말고, 제1 야당답게 차분하게 국민을 설득하고 불안을 잠재우는 일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