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7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으로 만든 미래한국당과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래한국당이 16일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로 점찍어 영입한 인사들이 당선권 밖으로 밀리자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임을 포기한 공천”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는 “젊음과 전문성에 치중한 공천”이라고 맞서다가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뭐라고 포장하든 보수진영의 위성정당 창당이 자초한 막장극일 뿐이다.
황교안 대표 등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에 맞서 ‘의원 꿔주기’를 통해 창당한 위성정당이 모정당의 영입 인사들을 비례대표 명단에서 제외했으니 분노가 치밀 것이다.
하지만 국민 눈에는 두 정당 모두 명분 없는 이권 다툼을 벌이는 걸로 비칠 뿐이다. 애초 비례대표 의석을 겨냥한 위성정당 창당 자체가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을 무력화하려는 정치공학적 꼼수에서 비롯한 일이다. 더욱이 황 대표는 비난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례 순번을 앞당기기 위해 ‘의원 꿔주기’를 감행했으니 누가 누구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황 대표는 미래한국당은 ‘위성정당’으로 생각해 비례대표 명단을 자신의 뜻대로 작성할 거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법률상으로 보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엄연히 별개의 정당이다.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 공천에 간섭하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와 공병호 공관위원장을 압박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다시 빼 오거나 별도의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드는 방안까지 거론했다고 한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이미 미래통합당의 지역구 공천을 두고 황 대표 쪽과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갈등을 빚어 김 위원장이 사퇴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비례대표 명단을 두고 싸움을 벌이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미래한국당은 공천관리위원회 6인의 뜻을 모아 정상적이고 합법적으로 공천을 했다고 주장하더니, “재심 요청을 결정하는 최고위를 18일 열겠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다른 정당의 압박에 공천 결과를 바꾼다면 스스로 독립성이 없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