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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n번방 2차 피해’ 막을 책임, 우리 모두에게 있다

등록 2020-03-25 18:13수정 2020-03-26 02:47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앞에서 ‘박사’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앞에서 ‘박사’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5일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낸 조주빈은 텔레그램방 성착취 범죄의 피해자들에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도 제대로 피해를 밝히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가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하면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아주 일부지만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2차 가해도 피해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미투나 성폭력 사건이 이슈가 될 때마다 반복되던 이런 현상이 더 이상 발붙이게 해서는 안 된다.

현재까지 경찰이 밝혀낸 피해자는 74명(미성년자 16명 포함)이지만 실제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피해자 스스로 신고를 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그동안 영상을 유포할 것이란 협박에 신고할 엄두도 못 내고, 주소·이름까지 바꿔가며 숨죽여 지내야 했다.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일부에서 ‘피해 여성의 처신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식의 댓글이 나오는 건 개탄스럽다.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선 ‘기부할 테니 엔번방 자료를 넘겨달라’는 내용의 게시글도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저자 중 한명은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내 딸이 지금 그 피해자라면 내 딸의 행동과 내 교육을 반성하겠다”는 글까지 올렸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극우적 시각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이런 ‘망언’에 동조하는 이들은 거의 없으리라 믿지만,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엔번방 사건이 공론화되기까지는 용기를 낸 피해자들, 그리고 대학생 취재단 ‘추적단 불꽃’과 자발적으로 모였던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 리셋’ 같은 평범한 여성들의 힘이 컸다. 청와대 게시판에 수백만명이 서명할 정도로 가해자에게 쏟아졌던 분노만큼 피해자를 응원하고 보호하는 목소리가 온 사회에 퍼져가기를 바란다. 그것이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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