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일 경복궁역 3번출구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에게 다른 소득이 없는데도 종합부동산세를 중과하는 것은 큰 고통이라며 종부세 완화론을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이들에 대한 대출 규제도 현실에 맞게 고려해야 한다며 법 개정 필요성까지 거론했다. 서울 강남 3구와 경기 분당 등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이 지난달 27일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감면, 장기 실거주자 완전 면제’를 공약한 데 이어 이 위원장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지난해 정부의 ‘12·16 대책’에 포함한 종부세 인상 등 보유세 강화와 대출 규제에 반발하는 일부 유권자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 선거사령탑이자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적극 관여한 전직 국무총리가 정부 정책과 180도 다른 태도를 보이는 건 부적절하다. 여당 후보들의 공약을 제지해야 마땅할 이 위원장이 자기 지역구인 종로 유권자의 요구까지 언급하며 거들고 나선 건 매우 실망스럽다.
정부의 종부세 강화 방침을 담아 민주당 김정우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시행도 해보지 못한 정책을 선거 때문에 여당에서 뒤집자고 하면 앞으로 누가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을 신뢰하겠는가. 보수 세력의 ‘종부세 폭탄론’ ‘부동산 규제 망국론’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정부 정책이 잘못됐다고 실토하는 셈이 아닌지 돌아보길 바란다.
‘국민 부담’을 거론한 것도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1가구 1주택자는 주택 공시가격 9억원 초과 또는 5억원 초과 토지를 보유한 경우에 종부세가 부과된다. 그동안의 집값 상승 폭에 비하면 이들의 종부세 부담은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다. 더욱이 고령자 공제, 장기보유 공제 등으로 최대 8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최근 강남 등 일부 지역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듯 보이지만, 지난해에만 수억원이 오른 것에 견주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이미 오른 집값 때문에 젊은층은 좌절하고 중산층은 내 집 마련을 포기할 지경이다. 이런 현실에서 고가 아파트 소유주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고 대출 규제를 푸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다시 집값이 들썩일 수 있다. 여당 스스로 부동산 정책을 뒤집는 행동을 당장 그만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