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갑 지역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신지예 후보가 13일 오전 서울 아현역 사거리에서 자신의 선거벽보가 훼손된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여성 후보를 위협하는 폭력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 후보들이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벽보의 후보 얼굴 사진을 훼손하거나 유세 현장에서 후보와 운동원을 향해 돌을 던지는 등 노골적인 폭력이 벌어지고 있다. 단순히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불법행위를 넘어 여성에 대한 ‘혐오 범죄’로 보인다.
서울 서대문갑 지역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신지예 후보 선거 벽보의 눈 부분이 불태워지는 등 심하게 훼손되는 사건이 12일 발생했다. 지난 7일에는 서울 은평을 지역에 출마한 신민주 기본소득당 후보의 벽보 속 얼굴이 찢겼고, 2일에는 이지원 여성의당 비례대표가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유세를 하다 선거운동원이 날아든 돌멩이에 맞았다. 이들 사건은 모두 페미니즘을 앞세운 젊은 여성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데다 철저히 익명성에 기대어 위협을 가했다는 점에서 무차별적 여성 혐오 범죄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디지털 성착취 근절 등 여성 유권자를 겨냥한 공약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여성의 안전이라는 기본권을 비웃는 이런 범죄는 여성 후보뿐 아니라 여성 전체에 대한 협박이 아닐 수 없다.
신지예 후보는 2018년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출마 때도 강남 지역 등 수십곳에서 벽보가 흉악하게 훼손됐다. 당시 범인으로 잡힌 남성 취업준비생은 “여권이 신장되면 취업이 어려워질 것 같다”는 범행 이유를 대 여성들을 경악하게 했다. 또 유명 변호사가 “시건방진 더러운 사진” “나도 찢어버리고 싶은 벽보”라는 말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여성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사과하기도 했다. 그 뒤 ‘#미투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는 등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사회적 의식이 높아지는 듯 보였으나 선거철에 다시 돌아온 여성 혐오적 폭력 앞에서 여성 유권자들은 다시 분노하고 있다.
여성 후보 폭력 사건에 대해 여성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이는 비단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관계 당국은 여성 후보에 대한 혐오 범죄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이번 사건들을 철저히 수사해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또 주요 정당들도 이런 혐오 범죄를 군소 정당 후보들의 일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여성의 안전이라는 기본권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서 내놓는 여성 공약은 사탕발림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