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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심판받은 통합당, ‘정부 발목잡기’로는 미래 없다

등록 2020-04-16 19:23수정 2020-04-17 02:38

4·15 총선 하루 전인 14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서울 종로에 출마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총선에 참패하면서 두 사람 은 ‘패배 책임 논란’에 휩싸였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4·15 총선 하루 전인 14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서울 종로에 출마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총선에 참패하면서 두 사람 은 ‘패배 책임 논란’에 휩싸였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4·15 총선에서 103석이라는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든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16일 참회와 쇄신, 혁신과 재건을 거듭 다짐했다. 그러나 백마디 다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총선에서 야당을 심판한 민심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통합당 안에서 참패의 원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엔(n)번방 호기심’ 등 황교안 대표의 실언, 세월호 망언과 세대 비하 막말 등을 주요한 패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정권 심판’을 요구한 미래통합당의 외침에 ‘야당 심판’으로 응답한 민심을 선거 전술의 패착으로 돌리는 건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민심은 말로만 참회와 쇄신을 외칠 뿐 시대 변화를 외면한 채 반대만 거듭해온 ‘구태의연한 보수’에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고 봐야 한다.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까지 연거푸 졌지만 통합당은 변화를 거부했다. 홍준표, 김병준, 황교안으로 당의 얼굴을 바꿨지만 진정한 혁신은 없었다. 탄핵 총리인 황교안 대표는 공안검사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 발목잡기에 몰두했다.

통합당은 남북 화해 움직임에 ‘친북 좌파’ ‘중국 눈치보기’ 프레임을 덧씌우며 훼방을 놓았다. 집값 폭등, 최저임금 인상, 조국 사태엔 부동산 규제 완화, 소득주도성장 폐기, 윤석열 지키기로 맞불을 놓았을 뿐 공감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4+1 협의체’의 검찰 개혁 입법과 선거법 개정엔 ‘국회 폭력’으로 맞섰다. 전세계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높이 평가할 때도 ‘중국 봉쇄론’을 되뇌고, 고통받는 국민들을 위한 긴급 재난지원 예산조차 ‘총선용 현금 살포’라고 공격했다.

통합당의 이런 행태는 “모든 게 문재인 정부 탓”이라는 ‘조중동’의 프레임을 그대로 따르면서 퇴행적 모습을 반복해온 당 지도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국민들의 눈에는 미래통합당이 유령과 싸우는 뒤처진 집단으로 비쳤을 것이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심재철, 민경욱, 김진태, 이언주 의원 등이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건 국민들의 판단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통합당은 깊은 성찰과 뼈를 깎는 쇄신 없이는 미래가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조중동의 낡은 프레임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말아야 한다. 이제라도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동체를 생각하는 ‘따뜻한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정부 발목잡기로는 절대 민심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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