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교육부가 ‘대학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달 초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만나 등록금 반환 논의를 시작했을 때 큰 기대를 걸었던 대학생들과 학부모에게는 큰 실망이 아닐 수 없다. 4·15 총선을 앞두고 여야도 앞다퉈 등록금 반환 약속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등록금 반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고 미래통합당은 모든 대학생에게 특별재난장학금 100만원 지급을 제안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23일 “대교협과의 논의에서 내린 결론은 각 대학의 상황이 제각각이라 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등록금 문제가 대학의 소관이라 해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긴급 지원에 나서는 마당에 등록금 문제만 대학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은 무책임해 보인다.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책임진 교육부가 할 얘기가 아니다.
등록금 반환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이달 중순 전국 203개 대학, 2만1784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9.2%가 ‘상반기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원격 수업의 질 문제와 대학 시설 이용 불가, 경제적 부담 등이 이유였다. 갑작스럽게 이뤄진 온라인 개강이라 원격 수업의 수준이 떨어지는 문제를 학생들이 일정 부분 감수한다 해도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는데다 실기가 중심인 예체능계와 실험·실습이 많은 이공계 학생들의 경우 이미 절반 이상의 학습권이 박탈된 셈이다. 아르바이트 일자리도 거의 사라진데다 유동적인 학사 일정으로 기숙사나 자취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학생들에겐 생활비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온라인 개강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가피한 조처로 대학들에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다. 또 원격 수업을 해도 교직원 인건비 등 비용 지출은 대면 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피해를 보살피는 건 결국 학교가 해야 할 일이다. 등록금 전액 반환이 아니더라도 일부 반환이나 장학금 지급 확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교육부도 대학에만 공을 떠넘길 게 아니다. 대교협이 요청했던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 용도 제한의 한시적 해제 등 학생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