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리는 광주시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 연합뉴스
18일은 5·18 민주화운동 40돌이 되는 날이다. 2017년 기념식에서 애타는 ‘사부곡’으로 국민을 눈물짓게 했던 김소형씨를 비롯해 1980년에 태어난 이들이 어느덧 불혹이 됐다. 코로나19 위기 탓에 기념행사는 여느 해보다 조촐하게 치러지지만, 올해 기념식은 사상 처음으로 ‘항쟁’의 중심지였던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려 오히려 더욱 뜻깊다.
지난 40년의 한국 현대사는 오롯이 5·18 민주화운동 위에 세워졌다. 우리 사회의 소중한 민주적 가치들이 40년 전 광주시민의 항거와 희생에 뿌리내리고 있다. ‘2016년 촛불’이 한명의 희생도 없이 헌법 절차에 따라 타락한 최고권력자를 끌어내릴 수 있었던 것부터가 5·18의 거룩한 희생과 깊이 닿아 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또한 5·18의 연장선 위에 있다. 여전히 5·18의 가치를 폄훼하고 심지어 시민군 다수가 북한 특수군이었다고 왜곡하는 이들의 후안무치한 언행조차 정작은 5·18에서 싹튼 민주주의를 한껏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들의 망언은 1995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되고 1997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5·18이 여전히 미완의 상태임을 가혹하게 일깨운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시급한 과제다. ‘실종자’로 남아 있는 희생자가 여럿이고, 유해 발굴 사업도 이렇다 할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전일빌딩에 난 숱한 총탄 자국과 목격자들 증언에도, 헬기사격은 사법적으로 확정되지 못했다. 학살의 최종 책임자인 전두환은 천연덕스러운 발뺌과 적반하장의 거짓말로 희생자들을 모욕하고 있다. <한겨레>는 17일, 전두환이 당시 보안사령부 최측근을 통해 광주 상황을 지휘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문건을 공개했다. 전두환은 더 늦기 전에 광주 영령과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의미는 과거를 바로잡고 현재의 망발을 규율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5·18은 특정 지역의 저항을 넘어, 무참한 국가폭력에 맞선 약자들의 ‘연대’였다. 5·18의 미래지향적인 가치 또한 연대에서 찾을 수 있다. 5·18이 분열 책동 세력에게 빌미가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의 연대와 통합의 ‘벼리’로 도약하려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관계의 확정이 선결조건이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12일 활동을 시작했다. 시대적인 책무가 참으로 무겁다. 우리의 미래를 열어간다는 사명감으로 활동하기 바란다.
코로나19 위기로 우리 사회는 전례없는 질적 도약을 요구받고 있다. 그 방향은 40년 전 피의 항거를 계승하고 승화하는 ‘더 크고 깊은 민주주의’여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헌법을 개정한다면 전문에 ‘5·18 정신’을 담아야 한다”는 뜻을 다시 밝힌 것도 그런 맥락에서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앞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당 일각의 5·18 폄훼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사과가 빈말에 그치지 않으려면 21대 국회에서 ‘5·18 역사 왜곡 처벌법’을 제정하고 헌법에 ‘5·18 정신’을 담는 일에 초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