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터 앞에서 열린 제144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일본의 한 신문이 20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자를 둘러싼 논란을 거론하며 ‘평화의 소녀상’ 철거와 수요시위 중단을 요구했다. ‘위안부’ 문제의 가해자인 일본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다니 어처구니없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이날 사설 격인 ‘주장’ 난에 ‘반일 집회를 그만두고 (소녀)상 철거를’이란 글을 실었다. 이 신문은 “반일 증오의 상징인 ‘위안부상’(소녀상)을 빨리 철거하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수요시위’를 ‘반일 집회’라고 묘사하고 “반일 집회를 그만둬야 한다는 주장은 옳다”고도 했다. 한-일 관계에서 도둑이 매를 드는 일이 가끔 일어났지만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다. 위안부 문제는 ‘반일 증오’가 아니라 ‘전쟁범죄’다.
산케이신문은 ‘위안부 단체 의혹, 문씨(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라는 제목의 외부 기고자의 칼럼도 실었다. 칼럼은 “정의라는 미명하에 ‘반일’을 표방해서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아 기부금을 모으고 이를 가지고 생계를 잇고 정계 진출을 꾀한 단체와 개인이 있다는 실태를 모른다고 할 것인가. 이러한 단체를 지지 기반으로 삼은 문씨는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주장했다. 줄곧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해온 이 신문이 ‘정의연 논란’에 끼어드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다.
<산케이신문> 보도를 계기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극우세력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의연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외부 회계감사, 행정안전부 등 정부 차원의 조사, 검찰 수사 등이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잡아질 것이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입증된 개방성, 민주성, 투명성 등 우리 사회의 역량은 일본의 그것을 앞선다. 일본은 당찮은 훈수를 둘 처지가 아니다. 일본 극우세력은 위안부 인권 운동의 30년 활동을 훼손하려는 도발을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