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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명숙 사건’, ‘강압수사 논란’ 진상 규명 필요하다

등록 2020-05-26 19:28수정 2020-05-27 02:38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강압·조작 수사 논란이 뜨겁다. 법무부는 진상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을 뒤집으려는 시도라는 비판도 있으나, 적어도 당시 검찰 수사가 적절한 방식으로 이뤄졌는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본다.

이 사건은 2010년 4월8일 한 전 총리가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한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를 잡고 검찰이 전격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이날은 마침 검찰이 한 전 총리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 또 다른 사건의 선고 공판 바로 전날이었다. 뇌물을 줬다는 사람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상태였고, 다음날 역시나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이 뇌물수수 사건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별건으로 표적수사에 나선다는 비판이 일었다.

정치자금 사건 재판에서도 한 전 대표가 금품 제공 진술을 번복하면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2심에서 유죄로 바뀌었고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그런데 최근 탐사매체 <뉴스타파>가 한 전 대표의 당시 비망록을 입수해 보도하면서 애초 금품 제공 진술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비망록에는 허위 진술조서를 작성해 내용을 암기하고 법정 진술 연습을 했다는 등의 내용이 자세히 적혀 있다. 한 전 대표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뒤에는 검찰이 그의 동료 수감자들을 회유·압박해 한 전 대표의 진술 번복이 거짓이라는 짜맞춘 진술을 하게 했다는 동료 수감자 ㅎ씨의 증언도 나왔다.

검찰은 비망록에 대해 “재판에 증거로 제출돼 엄격한 사법적 판단을 받은 문건”이라며 허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 무죄 판단의 한 근거로 비망록 일부를 언급했으며, 유죄 판결을 내린 2·3심 판결문에는 비망록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다. 비망록이 재판 당시 본격적인 주목을 받지 못했고 엄밀한 진위 검증도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검찰이 한 전 대표를 70여 차례나 불러 조사하고도 진술조서는 5회만 받은 점 등 비정상적인 수사 과정을 보여주는 객관적 사실도 존재한다. 대법원 판결에서 소수 의견을 낸 대법관 5명은 “검사가 한만호의 진술이 번복되지 않도록 부적절하게 애쓴 흔적이 역력한 사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구나 ㅎ씨의 증언은 재판 과정에서 다뤄지지 않은 새로운 내용이다.

비망록 보도 이후 일각에선 한 전 총리의 결백과 재심을 주장한다. 반면 사법체계를 흔드는 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로선 한 전 총리의 유무죄를 중심에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시기상조다. 하지만 당시 검찰 수사의 적절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정황이 다수 드러났다. 설령 재판의 결론을 바꿀 정도는 아니더라도 수사 과정에 불법·부당한 일이 있었다면 이는 또 다른 차원의 중대 사안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도 꼭 규명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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