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보안경비 분야 비정규직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 공공운수노조 제공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는 보안검색 노동자들의 공사 직고용과 정규직 청원경찰 전환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여론 지형은 압도적으로 부정적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이번 결정이 공공부문 일자리의 질과 안정성 향상에 일획을 그었다고 평가할 만하다는 점에서, 이유가 무엇이든 이번 논란은 더없이 안타깝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 주십시오’라는 청원은 하루 만인 24일 오후 참여자가 18만명을 넘어섰다. 인터넷의 공기업 취업 준비생 카페에도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 공기업 취업 준비생들은 이번 결정을 자신들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치열하게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자신들의 미래 일자리를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로채 간다는 것이다. 공기업 들어가기가 바늘구멍 지나가기만큼 어려운 조건에서 심각한 ‘고용 절벽’과 맞닥뜨린 청년들의 박탈감은 이해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보안검색 노동자와 사무직·전문직은 업무 분야가 달라 서로의 일자리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물론 공기업은 ‘총액인건비’ 제도를 적용받다 보니 다른 분야의 채용을 줄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외부 용역비로 나가는 비용을 내부 인건비로 돌린다면 실제로 늘어나는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보안검색 노동자의 급여도 평균 3.7% 인상에 그칠 거라고 한다. 필요한 채용 수요를 억제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여론이 악화한 데는 ‘가짜뉴스’의 영향도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 전환에 따라 평균 연봉이 5천만원대로 오른다느니, 아르바이트로 들어와서 정규직이 된다느니 하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일부 언론이 이런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비판할 것은 엄정하게 비판해야 하지만, 그것도 사실에 기초할 때의 얘기다. 사실과 거짓을 엄격히 가리고 갈등 요인을 정확히 분석해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는 게 언론의 올바른 자세다. 그래야 청년 실업 문제도 해결의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이참에 다시 한번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 자체를 공격하고 있다. 온갖 차별로 고통받는 비정규직이 너무 많은 현실이 ‘정규직 로또 신화’의 본질인데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죄악시하는 주장들이다. 본말을 뒤집는 왜곡이다.
공사 정규직 노조가 반기를 들고 나선 것 또한 매우 유감스럽다. 2017년 7월 이후 공공부문의 94%가 정규직화됐고 이 가운데 76%가 본사 직고용이지만, 노조가 헌법소원까지 내겠다며 반발한 전례는 없다. 자신들의 ‘몫’에만 골몰하는 것이 노조의 본분에 맞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갈등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에 귀기울여야 한다. 정규직 전환 정책은 꾸준히 논란이 돼왔지만, 이번에 더욱 크게 번졌다. 청년들을 절망에서 건져내려면 노동 양극화와 고용위기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일관된 방향과 중장기적인 목표로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