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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환 인국공 사장 “국토부, 자진사퇴 거부하자 ‘해임’ 건의”

등록 2020-09-16 16:28수정 2020-09-17 02:46

태풍 북상에 고깃집 법인카드 사용
인사 해명요구 직원 직위해제 논란
인국공 사태 전인 작년 구설수 올라
구 사장 “이미 소명돼…명분 없어”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6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토교통부의 해임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6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토교통부의 해임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자진 사퇴 요구에 당황스러웠다. 사퇴하지 않으니 해임을 건의했다. 사퇴나 해임될 명분이 없다.”

국토교통부가 해임을 요구한 데 대해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6일 공사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밝혔다. 그는 “올해 9월 초 서울의 한 식당에서 만난 국토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자진 사퇴를 요구받았다. 왜 나가야 하는지 이유는 듣지 못했다”며 “그래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에 대한 직고용의 틀을 잡고 코로나19로 인한 4300억원의 적자 문제 해결 등 후임 사장에게 큰 부담이 안 되도록 내년 상반기에 물러나겠다는 절충안을 제안했지만, 이 관계자가 거절했다. 이후 1주일 만에 결국 해임 건의까지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태풍 ‘미탁’에 대비한다며 조기 퇴장한 구 사장이 그날 저녁 경기 안양 사택 인근 고깃집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해 1월 팀장 인사에 탈락한 직원이 해명을 요구하자 이 직원을 ‘직위해제’한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올 6월 비정규직인 보안검색 요원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려다 전 국민적으로 ‘공정성 논란’을 불러온 ‘인국공 사태’의 책임을 구 사장에게 지운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지만, 그 이전에 이미 교체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구 사장은 “당시 인천공항은 태풍의 영향에서 벗어나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할 상황이 아니었고, 직위해제 건 역시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으로 인사권자의 재량 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구 사장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에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해임 추진 이면에 감춰진 다른 이유가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는 “공직자로서 ‘유구무언’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말씀 안 드리겠다”고 했다.

앞서 국토부는 최근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구 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를 심의·의결해달라고 요청했다. 공운위는 24일 열린다. 공운위가 심의·의결하면,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하는 절차를 밟는다. 다만 이날 구 사장이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힘에 따라 기재부 공운위에서 해임 의결돼도 법정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공항공사 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4월 취임한 구 사장의 임기(3년)가 절반이 남은 상황에서 나온 해임 건의에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정규직 채용 전환 및 인사 문제를 둘러싼 공사 노조와의 갈등 문제를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공사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직고용 전환에 반대하며 구 사장과 갈등을 빚어왔다. 그는 “지난 6월20일 저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노조 집행부 5명에 대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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