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어서 어안이 벙벙하다. 주무부처 장관의 인식이 이런 상황에서 추가 대책이 나온들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김 장관은 지난 30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지금까지 정책은 다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정책 중 어떤 것들은 시행된 게 있고 어떤 것들은 아직 시행되지 않은 상태”라며 “모든 정책은 종합적으로 작동되는 결과를 추후에 봐야 한다”고 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 흐름과는 도무지 맞지 않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줄곧 이어졌고, 가장 최근에 나온 6·17 대책 뒤에도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 통계로도 확인된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이 팽배해진 이유다. 실상과 너무나 다른 장관의 발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할 지경이다.
청와대 역시 이런 심각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일 브리핑에서 청와대 참모진의 다주택 보유에 대해 “6개월 안에 팔았으면 좋겠다는 권고였다”며 “법적인 시한을 제시하고 반드시 그 안에 팔고 신고하라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2채 이상 집을 가진 청와대 참모들에게 주택 매각을 권고한 지 반년 넘도록 진척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청와대 쪽의 해명처럼 다주택을 처분하지 못하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비서실장의 발언이 ‘권고’였을 뿐 의무는 아니라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다주택 처분’ 얘기를 꺼내지 말았어야 한다.
경실련은 1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대로 ‘집값을 취임 초기 수준으로 돌려놓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다주택 관료들을 내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죽하면 이런 주장까지 나오겠는가. 정부는 추가 대책을 내놓기 전에 주택 정책에 대한 신뢰가 왜 바닥까지 추락했는지,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냉철히 돌아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