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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장관 지휘권’ 자초한 윤석열 총장의 ‘측근 수사’ 개입

등록 2020-07-02 18:41수정 2020-07-03 02:46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검·언유착' 사건 수사와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검·언유착' 사건 수사와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검-언 유착’ 사건에 대한 전문수사자문단(자문단) 절차를 중단하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지시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이 사건에서 손을 떼고 수사 결과만 보고받을 것도 지시했다. 윤 총장이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는 안팎의 비판과 추 장관의 잇따른 경고 메시지에도 자문단 소집을 강행하려 하자 장관으로서 법적인 권한 행사에 나선 것이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2005년 이후 15년 만의 일로 이례적인 조처지만, 윤 총장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의 근거로 든 내용들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것이다. 한동훈 검사장이 소환조사와 휴대전화 포렌식에 응하지 않는 등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문단이 수사 타당성을 심의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자문단 소집 결정과 단원 선정 과정의 불공정성 등을 고려하면 자문단 소집은 더욱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사건 초기부터 윤 총장의 부당한 간섭이 쌓이면서 급기야 서울중앙지검이 지난달 30일 항명에 가까운 이의제기를 했고, 이런 충돌 상황에 대해 추 장관이 1일 국회에서 사과 발언까지 했다. 이 정도면 윤 총장이 스스로 자문단 소집을 거둬들였어야 옳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검찰은 치욕으로 받아들인다. 2005년 천정배 장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던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했을 때 김종빈 검찰총장이 항의 뜻으로 사퇴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여러모로 당시와 구별된다. 이번에 지휘 대상이 된 것은 일반 사건이 아니라 검찰 내부의 비위 혐의 수사다. 검찰총장이 측근 관련 사건에 부당하게 개입한다고 의심받는 상황에서 장관의 지휘 말고는 견제장치가 없다. 또 지난번에는 수사팀의 의지를 꺾는 지휘권 행사였다면 이번에는 일선 수사팀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이다.

검찰의 독립성은 지켜야 할 가치이고, 구체적 사건에 대한 장관의 지휘는 최대한 자제하는 게 맞다. 하지만 장관의 지휘권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이 정도를 벗어날 때 민주적 통제의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독립성을 이유로 검찰이 제한 없는 권한을 누린다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이 될 위험이 있다.

윤 총장은 일단 3일로 예정됐던 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고,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어 수사지휘 수용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의 성격에 비춰 검찰 조직이 동요하거나 반발할 이유는 없다. 과거 사례처럼 총장의 거취 문제로까지 확대시킬 일도 아니다. 윤 총장은 장관의 지휘대로 수사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공정한 처분을 하기 바란다. 이번 일을 계기로 검찰 내부의 비위 의혹이 불거질 때 대처하는 방식도 재정비해 규범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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