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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집값 대책, ‘보유세 강화’ 중심에 놓고 다시 짜라

등록 2020-07-05 18:33수정 2020-07-07 16:18

정부·여당이 ‘6·17 대책’에도 집갑 불안이 지속되자 보유세 강화 등 추가적인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부동산 중개업소가 밀집한 한 상가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6·17 대책’에도 집갑 불안이 지속되자 보유세 강화 등 추가적인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부동산 중개업소가 밀집한 한 상가의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긴급 지시’ 이후 정부·여당이 집값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지난 20대 국회에서 무산된 다주택자·고가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강화, 전월세상한제 등 세입자 보호를 위한 ‘임대차 3법’을 7월 임시국회에서 신속히 처리한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또 종부세 최고세율을 추가로 더 올리거나 과표(과세 대상)를 확대하는 방안, 다주택자의 재산세·취득세 세율을 더 높이는 방안 등 여러가지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여당이 그간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신속하게 대책 마련에 나선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치솟는 집값에 분노한 민심 달래기에 급급해 또다시 충격요법식으로 대응해선 추락한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속도보다 중요한 건 정책의 방향과 일관성이다. 비정상적인 주택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보유세 강화’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적인 국정 과제였다. 그런데도 지난 3년 동안 다주택자·고가주택의 막대한 이익엔 ‘찔끔 증세’에 그쳤고, 땜질식 대출 규제와 거래 제한을 반복하다 시장의 불신을 자초했다. 정공법을 놔두고 변죽만 울리다 ‘부동산 불패’라는 내성만 키운 꼴이다. 이제라도 정부·여당은 보유세 강화라는 대원칙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확실한 정책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물론 보유세 강화만으로 집값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지난 3년간 ‘집부자’들은 임대사업 등록과 법인 명의 투자로 선회해 종부세 과세망을 교묘하게 피해 갔다. 다주택자 퇴로를 열어준다며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했지만, 결과는 가족 간 편법 증여만 더 늘렸다. 당장의 세금 부담보다 장래의 기대 이익이 더 크면 언제든 투기적 수요는 되살아난다. 정부는 이런 ‘풍선 효과’를 차단할 다양하고 정교한 정책 조합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공급 대책은 철저히 실수요자 중심으로 다시 짜야 한다. 집값 급등의 최대 피해자는 무주택 서민들이다. 신혼부부나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특별분양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등 우대 정책을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

보수언론들이 또다시 보유세 강화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전체 가구 중 종부세 납부 대상은 3.6%에 불과하다. 이 중 96%가 서울에 있고, 그중 85%가 강남 3구에 몰려 있다. 정부는 실체 없는 ‘세금 폭탄론’에 휘둘리지 말고 보유세 강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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