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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미국 송환 피한 성착취범, 한국에서 엄벌해야

등록 2020-07-06 18:32수정 2020-07-07 02:40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아무개씨가 6일 오후 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되어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아무개씨가 6일 오후 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되어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6일 세계 최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사이트인 ‘웰컴투비디오’(W2V)의 운영자 손아무개씨에 대한 미국의 송환 요청을 최종 기각했다. 손씨는 2018년 8월 미국 연방대배심에서 6개 죄명, 9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한국 법원에 의해 지난해 5월 1년6개월의 실형이 확정되면서,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따라 범죄수익 은닉 혐의만 인도 대상 범죄가 됐다.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손씨는 이날 석방됐다. 법원이 구속 기간을 2개월 연장하는 등 심사숙고했던 것으로 보이나, 과연 국민들의 상식과 법감정에 부합할지 의문이다.

웰컴투비디오 사건은 32개 나라가 공조 수사를 벌여서 밝혀낸 국제 범죄다. 검거된 310명 가운데 한국인이 무려 223명에 이르러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그러나 주범 손씨가 1년6개월의 실형밖에 받지 않고, 사이트 이용자 대부분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받는 데 그쳐 ‘솜방망이 처벌’의 대표적 사례로 비판받아왔다. 미국 법원이 웰컴투비디오에서 내려받은 영상물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국 남성에게 징역 10년형을 내린 것과도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이번 심사 과정에서 손씨의 아버지가 한국 검찰이 범죄수익 은닉 관련 수사와 기소를 하지 않은 부분을 문제 삼아 아들을 고소하고, 손씨도 법정에서 스스로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인정하는 기이한 일까지 벌어졌다. 손씨 부자가 한국 검찰과 법원을 미국 검찰과 법원보다 신뢰해서 그랬을 리는 만무하다. 한국에서 처벌받는 것이 미국에서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걸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검찰과 법원은 부끄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법원은 “성착취 범죄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국내에서 손씨의 신병을 확보해 추가적인 수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손씨를 미국으로 넘기지 않고 한국에서 관련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국내에 만연한 성착취물 제작을 예방하고 억제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손씨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철저히 수사해 엄벌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처벌 수준이 미국으로 인도됐을 경우 예상되던 것과 동떨어지면 이런 취지도 무색해진다. 검찰과 법원이 입법이나 양형 기준 강화만 기다려서는 이번에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밖에 없다. 기존 관행을 넘어서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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