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 기소 여부를 두고 검찰의 장고가 이례적으로 길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뒤 한달이 다 돼가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불기소 및 수사 중단’이라는 심의위 결과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 그동안 ‘검·언 유착’ 사건으로 검찰 지휘부가 갈등을 겪은 것도 신속한 판단에 걸림돌이 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사정들이 국내 최대 재벌의 불법 승계 의혹이라는 중대 사안의 처리를 미루는 빌미가 될 수는 없다.
수사심의위 결과가 기소 판단에 큰 변수가 아니라는 점은 이미 분명하다. 양창수 위원장이 주요 피의자인 최지성 옛 미래전략실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직무를 회피했고, 삼성을 적극 옹호해온 교수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심의위 운영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1년 반 넘도록 강도 높게 진행된 수사 내용을 단 하루 동안 검토한 뒤 내린 결론이어서 신뢰하기도 힘들다. 무엇보다 재판의 필요성을 인정한 법원의 판단과 배치된다. 법원은 이 부회장 영장심사에서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됐고 재판에서 피의자의 책임 유무 및 정도를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검·언 유착이라는 전혀 다른 사건을 둘러싼 내부 갈등의 여파로 이 부회장 기소 여부 판단이 지연되는 건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이 사안은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사이에 별다른 이견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검찰총장-지검장 주례 대면보고가 세차례나 무산되는 감정싸움 와중에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이 부회장 쪽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에 즉각 구속영장 청구로 맞대응하던 강경한 태도와 비교된다. 그러는 사이 검찰이 ‘시한부 기소중지’를 검토한다는 등 구구한 억측이 돌며 불필요한 혼란을 낳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뒤늦게나마 19일 부장검사회의를 열고 이 부회장 기소 문제를 논의했다. 수사팀은 기소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전해진다. 검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재벌에 약한’ 과거 모습을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런 태도가 수사 마무리 단계에서 흔들려선 안 된다. 오직 증거와 법이 가리키는 대로 엄정하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기 바란다. 여기서 더 미루는 것은 유일하게 기소를 관장하는 기관으로서 직무태만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