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 여부 결정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기가 왔다. 지난 27일 발표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이 부회장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을 담당해온 서울중앙지검 이복현 경제범죄형사부장이 교체된 만큼, 발령 날짜인 9월3일 이전에는 기소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 그렇잖아도 검찰은 지난 6월 말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뒤 두달이나 시간을 끌어왔다. 이미 수사를 다 진행해놓고 기소 여부로 이렇게 장고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이번 검찰 인사를 이 부회장 기소 여부와 직접 연결지어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복현 부장검사는 올해 초 인사에서 수사 마무리를 위해 유임됐다가 이번에 전보된다. 그사이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와 수사심의위 개최 등 주요 절차가 모두 진행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국정농단 수사 때부터 이 부회장을 조사해온 김영철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이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2팀장으로 발령난 점도 눈에 띈다. 법무부는 “주요 현안에 대한 수사 및 공소 유지 업무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동안 경영학·회계학 전문가들을 광범위하게 접촉해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및 수사 중단’이란 의견을 낸 데 대응해 더욱 폭넓고 다각적인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수사심의위 결정 과정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외부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소 여부 결정의 열쇠는 검찰이 수집한 증거에 있다.
검찰은 1년 반이 넘는 수사 끝에 지난 6월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비록 영장은 기각했지만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가 확보되었다”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기소조차 하지 않는다면 수사의 정당성과 성과를 검찰 스스로 전면 부정하는 꼴이 된다. 이는 서울중앙지검장 시절부터 이 사건을 지휘해온 윤석열 검찰총장이나 그 후임자인 이성윤 현 중앙지검장 모두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다. ‘재벌권력에 약한 검찰’이라는 오명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검찰은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당당하게 이 부회장을 기소해 법원의 판단을 받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