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희 씨제이(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에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국내 택배업계 1위 업체인 씨제이(CJ)대한통운이 잇따른 택배노동자 과로사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회사 대표인 박근희 부회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고생하다 돌아가신 택배기사님들의 명복을 빌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너무 늦은 사과와 대책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도 씨제이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가 또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고인이 숨지기 직전 30시간 넘게 일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명백한 과로사”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서만 6명째이며, 택배업계 전체 과로사 13명의 절반 수준이다.
씨제이대한통운은 재발 방지 대책으로 택배기사들을 돕는 분류지원 인력을 1천여명에서 4천명으로 늘려 다음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택배노동자들이 분류 작업까지 하는 게 과로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추석 직전 정부와 택배업계는 분류지원 인력 추가 투입을 약속해 놓고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씨제이대한통운은 연말까지 택배기사들의 산재보험 가입 실태를 조사해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기사가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택배노동자들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15% 수준에 불과하다. 보험료 부담을 덜려는 사업주의 요구에 따라 노동자들이 적용 제외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산재보험 100% 가입을 위해선 회사의 이행 노력과 함께 정부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택배노동자 같은 특수고용직은 회사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달리 자신이 절반을 부담해야 한다. 부당한 일이므로 바꿔야 한다.
비록 ‘뒷북 대책’이지만, 씨제이대한통운은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여론이 들끓으면 대책을 쏟아내고 잠잠해지면 흐지부지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한진과 로젠 등 택배업계 전체로 확산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