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정청 간에 이견을 보여온 ‘중저가 1주택 재산세 인하’와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완화’ 문제가 가닥을 잡았다. 2일 <한겨레> 보도를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막판 조율을 거쳐 1주택자에 한해 ‘공시가격 6억원 이하’까지 재산세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당정은 재산세 인하 기준을 이르면 3일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반면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은, 내년부터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유예하고 2023년까지 현행 ‘10억원’을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주주 기준은 미국 대선 등 시장 변동 요인을 고려해 상황을 봐가며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서울 등 최근 집값이 급등한 지역의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재산세 인하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청와대와 정부는 9억원은 중저가 주택이 될 수 없다며 맞서왔다. 공시가격 9억원은 실거래가로 치면 12억~13억원 수준으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다. 민주당의 요구는 처음부터 지나친 것이었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로 결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중저가 1주택 보유자라도 집값이 올랐으면 그만큼 세금을 더 내는 것이 조세 원칙에 부합한다. 다만 코로나 사태로 가계 형편이 어려운 시기에 서민들의 세금 부담 증가를 줄여주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무조건 반대하기는 어렵다. 대신 정부는 공시가격을 시가의 90%까지 올리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다.
반면 주식 양도세 강화 방안이 또 후퇴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미 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세대 합산’에서 ‘인별’ 과세로 바꿔 세금 부담을 낮춰주었는데, 그것도 모자라 3년 전 국민에게 약속한 로드맵을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직후 대주주 기준을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 2021년 3억원으로 넓히는 방안을 발표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에 따라 조세 형평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민주당은 이른바 ‘동학개미’ 보호를 명분으로 들고 있는데, 종목당 10억원의 주식이 있는 이들을 어떻게 개미 투자자라고 할 수 있는가. 이렇게 부자들의 세금을 자꾸 깎아주면서 앞으로 무슨 면목으로 국민들한테 재정 확대와 세수 확보의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세금 깎아준다는데 싫어할 사람 없기 때문에 이번 감세안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눈앞의 정치적 이익 때문에 조세 원칙과 정책 일관성을 훼손하는 건 소탐대실이라는 점을 민주당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