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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도 넘은 ‘공공임대 비하’, 서민 주거는 안중에 없나

등록 2020-12-13 18:41수정 2020-12-14 02:41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탄의 공공임대주택을 찾아 복측형 아파트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탄의 공공임대주택을 찾아 복측형 아파트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공공임대 아파트를 방문해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과 나눈 발언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13평 아파트에서 4인 가족도 살 수 있겠다’고 말한 것처럼 일부 언론이 보도하자 야권에서 일제히 문 대통령을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는 12일 “사실을 빼버리고 발언 취지를 왜곡한 보도”라고 반박했다.

당시 대화 전문을 보면, 문 대통령은 13평(44㎡) 복층형 아파트를 둘러보면서 변 사장의 설명에 “그러니까 신혼부부에 아이 1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에는 2명도 가능하겠다(는 것이냐)”고 질문 취지로 말했다. 이 발언이 ‘4인 가족도 충분히 살겠다’는 식으로 둔갑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또 문 대통령이 “아이도 늘고 재산이 형성되면 더 높은 수준의 주거를 원할 수 있다. 중형 아파트로 옮겨 갈 수 있는 주거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 발언은 쏙 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언론의 반론은 없었다.

이날 행사는 공공임대 아파트를 쾌적한 주거 생활이 가능하도록 만들자는 취지로 마련한 것이었다. 발언의 전후 맥락을 생략한 채 교묘하게 비튼 일부 언론의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거듭된 설명에도 수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공임대 아파트 중심의 공급 정책을 흔들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보도 태도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니가 가라 공공임대’라는 제목으로 “보통사람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갖고 있는데, 대통령은 그런 ‘바보 같은 꿈’은 버리라고 한다”며 “자기들은 공공임대에 살기 싫으면서 국민은 공공임대에 살라고 한다”고 썼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퇴임 후 795평 사저를 준비하시는 상황에서 국민께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다”며 느닷없이 대통령 사저 문제를 끌어들였다.

문 대통령이 방문한 임대 아파트는 ‘전용면적’ 13평이다. 통상적인 분양·거래 기준인 ‘공급면적’으로는 20평 안팎에 해당한다. 자가든 임대든 전국 아파트 거주 가구 다섯 중 한 가구는 20평 이하에서 산다. ‘4인 가족이 살기 힘든 비좁은 집’이라고 하는 건 이들에 대한 비하나 다름없다. 사는 집의 형태나 규모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행태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가 “공공임대주택 강화”를 앞다퉈 주요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임대주택에 살면 ‘꿈을 버린 삶’이라고 말한다. 과연 서민 주거 안정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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