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수진(왼쪽부터), 유상범, 전주혜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24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을 심사하기 위해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 참여를 거부했다. 법사위 소위는 중대재해법을 이번 임시국회 회기(1월8일) 안에 처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첫 관문이다. 지난 22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회기 내에 중대재해법 입법 성과가 있도록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말과 행동이 이렇게 다르니 국민의힘의 속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이 보이콧 이유로 내세운 건 두가지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낸 법안 자체만 3개”라며 “민주당이 먼저 단일안을 만들어 협의하면 언제라도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힘 소속 소위 위원들은 23일 낸 입장문에서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소위 개최를 일방적으로 통지했다”며 “국민의힘은 날치기 처리하려는 법안 논의에 들러리 설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억지스러운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은 국회 상임위원회가 왜 존재하는지 모르는가? 서로 다른 내용의 법안들을 놓고 심도 있는 토론을 벌여 이견을 조정해 합의안을 마련하는 게 상임위가 할 일이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이 단일안을 내놓지 않으면 논의조차 하지 않겠다는 건 법안 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소위 개최 일방 통보’도 군색한 변명이다. 주 원내대표가 22일 “중대재해법을 헌법 체계에 맞게 입법할 수 있도록 논의 테이블에 참여하라”며 민주당을 압박한 건, 그저 정치 공세였다는 말인가?
21대 국회에서 중대재해법을 첫번째로 대표발의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어 “국민들의 중대재해법 제정 요구에 역행하는 국민의힘에 어떤 심판의 칼날이 날아들어올지는 이제 불 보듯 뻔해졌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중대재해법 제정에 동의하는 정당들을 중심으로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14일째 단식농성 중인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을 찾았다. 김 원내대표가 단식을 풀 것을 요청하며 “야당이 법안 심의를 거부하는 상태지만, 최대한 설득하겠다”고 하자, 김 이사장은 “여태까지는 여당이 (법안을) 다 통과시켰다. 그런데 왜 이 법은 꼭 야당이 있어야 하냐”고 되물었다. 여야 모두 ‘국회의 존재 이유’를 묻는 뼈아픈 질문에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