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홍익표 정책위의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 당정 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25년까지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에 총 83만호의 주택을 공급하는 대책을 4일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집값 불안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면서 약속한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현 정부가 집값 안정 대책을 내놓은 게 벌써 25번째다. 더는 물러설 자리가 없다. 국민 신뢰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라는 비장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이번 대책으로 서울에 공급되는 물량만 32만호다. 이는 현재 서울 주택 재고의 10%이고, 분당의 3배에 이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공급 쇼크 수준”이라고 말했다.
공공 주도로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는 새로운 공급 방식도 눈길을 끈다. 재개발·재건축을 민간조합 대신 공공기관이 직접 주관하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 대표적이다. 공공기관이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를 고밀 개발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 포함됐다. 주택 공급을 늘리되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정부는 그동안 공급 확대 요구에 대해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며, 부동산 세제와 금융 규제 강화 등 투기 억제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을 막지 못하자, 공급 확대를 병행 추진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셈이다.
뒷북 대책이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젊은 무주택자들이 집값 불안 때문에 빚 얻어 집을 사는 ‘패닉 바잉’을 진정시켜야 한다.
대책이 성공하려면 공급 계획이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 정부는 패스트트랙을 통해 사업기간을 5년 정도로 줄일 계획이다. 여러 이해관계자의 합의를 끌어내는 게 쉽지 않지만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국민의힘도 “선거용 눈속임”이라고 비난할 게 아니라, 관련법 개정에 적극 협조하길 바란다.
과거 대규모 주택 공급은 주변 집값 인상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았다. 정부는 개발 대상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신규 취득자에 대한 분양 자격 제외 등의 방안을 내놨다.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서 투기 방지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해야 한다.
여론조사마다 주택정책 실패는 국민의 최대 불만으로 꼽혀왔다. 그만큼 국민의 고통과 불안이 극심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국민이 더는 집 문제로 걱정하지 않는 나라를 하루속히 만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