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법무부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쪽에 15일 ‘취업제한 대상’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범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해당 범죄와 관련된 기업에 일정 기간 취업할 수 없도록 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취업제한 효력이 발생하면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등의 경영 활동에 관여할 수 없고 부회장 보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
일각에선 취업제한 규정의 법률적 해석을 두고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현행법상 취업제한은 ‘징역형 집행이 종료된 후 5년간,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후 2년간’으로 규정돼 있다. 취업제한의 기산점이 형 집행 ‘종료 후’이므로 복역 중인 이 부회장한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법 해석을 떠나 상식의 문제라고 본다. 취업제한 규정은 주요 경제사범의 경우 형 집행이 끝난 뒤에도 일정 기간 권리를 제한하는 가중처벌의 성격이다. 그런데 정작 죗값을 치르는 복역 기간엔 경영 활동이 제한받지 않는다면 납득이 되겠는가. 형 집행이 끝난 뒤 효력이 발생한다면 법무부가 굳이 형 확정 직후에 취업제한을 통보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이 부회장은 무보수 미등기임원이라서 취업 상태로 볼 수 없다거나, 이미 재직 중인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경가법의 모호성과 전례 등을 근거로 들지만, 모두 법 취지와는 동떨어진 주장들이다.
삼성으로선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이 사안은 이 부회장이 직접 국민에게 약속한 ‘준법경영’ 의지를 가늠할 중요한 시금석이다. 삼성 스스로 법 취지와 내부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는 게 순리다. 당장에 ‘옥중 경영’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법 조항의 허점에 기대 여론전에 나선다면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부회장 역시 일반 임직원의 횡령·배임 행위와 마찬가지로 삼성 내부의 취업 규칙이나 준법 규정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삼성전자 이사회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외부 인사들로 꾸려진 준법감시위원회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넘어간다면 존재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법무부는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놓지 않은 채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행법상 취업제한 규정을 어기면 기업 쪽에 해임을 요구할 수도 있다. 엄정한 법 집행 의지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