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발열과 근육통 등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면서 접종 뒤 하루이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백신 휴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발열과 근육통 같은 증세는 독감 백신 접종 뒤에도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경증 이상반응이다. 하지만 길지 않더라도 업무나 일상생활 복귀에 부담을 준다면 자칫 백신 접종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2분기에는 1000만명 규모의 접종이 예정돼 있는 만큼 차질 없는 접종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백신 휴가를 신속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우선접종 대상자는 58만7884명이다. 이 가운데 접종 뒤 이상반응 의심 신고는 8520건으로, 보건당국은 전체 신고의 98.9%를 근육통, 두통, 발열, 메스꺼움 등 예방접종 뒤 흔히 나타날 수 있는 경증 사례로 분류했다. 하지만 즉각적인 업무 복귀가 힘들 정도로 고열이나 통증에 시달렸다는 접종 후기도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휴가 사용이 어려워 개인적으로 휴무 일정에 맞춰 접종을 한다는 의료진도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 의료인 단체들도 접종을 마친 보건의료노동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지침을 마련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현행 ‘감염병 예방법’은 감염병으로 노동자가 ‘입원 또는 격리’ 상황에 처하면 정부가 유급휴가비를 지급하고 이를 지원받은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유급휴가를 주도록 돼 있다. 전문가들은 법에 ‘백신 접종’을 추가하면 어렵지 않게 백신 휴가를 도입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4일 브리핑에서 “관계 부처와 함께 검토에 착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논의를 서둘러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전에 도입하기 바란다.
다만 자영업자, 중소기업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등이 백신 휴가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긴급재난지원금 형태로 유급휴가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도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아프면 쉴 수 있는” 휴가 도입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그 혜택은 대기업 노동자나 공무원 등 일부만 누릴 수 있었다. 아파도 쉴 수 없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까지 마련돼야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백신 접종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