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엘에이치(LH) 사태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공공 주도형 공급 대책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공동취재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새도시 땅 투기 의혹을 이유로 ‘2·4 주택 공급 확대 대책’과 ‘3기 새도시’ 추진을 백지화하라는 야당의 공세가 거세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15일 논평에서 “‘변창흠표 2·4 부동산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2·4 부동산 대책의 공공 주도를 민간 주도로 전환하고 민간 공급에 대한 규제부터 풀라”고 요구했다. 보수언론들도 동조하고 있다.
‘엘에이치 사태’ 탓에 83만호의 주택을 공급하는 2·4 대책과 3기 새도시에 대한 국민의 신뢰까지 떨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2·4 대책과 3기 새도시 백지화가 불러올 심각한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2·4 대책을 통해 기존의 투기 억제 중심에서 공급 확대 병행으로 선회했다. 공급 확대는 국민의힘과 보수언론들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2·4 대책의 핵심은 공공 주도형 공급 방식이다. 그동안 정부가 주택을 공급할 때마다, 주변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투기세력에게 개발이익이 돌아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것처럼 공공 주도 방식을 포기하고 민간 주도로 전환하면 주택시장을 또다시 투기판으로 만들 위험이 크다. 투기 수요로 집값이 불안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집 없는 서민·중산층에게 돌아간다. 20~30대가 빚내서 집을 사는 ‘패닉 바잉’이 고개를 들고, 3기 새도시를 기다리던 장기 무주택자와 신혼부부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잃게 된다. 2·4 대책과 3기 새도시를 백지화하라는 건 무책임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오히려 주택 공급 정책에서 공공성을 더 강화해야 할 때다.
땅 투기를 발본색원하고 엘에이치를 환골탈태 수준으로 개혁하는 것과 공공 주도 공급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두 가지 사안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의를 받아들이면서 2·4 대책의 기초 입법 작업까지는 마무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야당을 상대로 법안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데 변 장관이 자리를 지키는 게 과연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문 대통령이 후속 인사를 서두르고 후임 국토부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 차관이 대행하도록 하는 게 합리적이다. 주택 공급 정책의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