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손을 든 기자 중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인 10일 특별연설과 기자회견을 통해 임기 마지막 1년을 맞이하는 각오와 구상을 밝혔다.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 코로나 극복을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과 부동산 정책 실패를 거듭 인정하고 반성한 대목이 가장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 대응에 특별연설의 절반가량을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 접종이 좀 더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한 뒤 “백신 접종 목표를 상향해 9월 말까지 접종 대상 국민 전원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쳐, 11월 집단면역 달성 목표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거리두기 장기화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은 일상을 회복할 유일한 처방이다. 정부는 충분한 백신 확보와 차질 없는 접종에 모든 역량을 기울여 집단면역 조기 달성 목표를 반드시 이뤄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양극화 문제와 관련해 “완전한 경제회복의 종착점은 코로나 격차와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코로나로 큰 타격을 받은 업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고용보험 확대와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안착시키고 상병수당 도입과 부양의무자 폐지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를 별도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는 손실보상 소급적용 문제를 신속히 정리해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4년 임기 중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고, “4·7 재보선에서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는 말을 두 차례 되풀이했다. 문 대통령은 “(재보선에서) 정말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그런 심판을 받았다”며 “그런 자세로 남은 1년 새롭게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투기 금지, 실소유자 보호, 주택공급 확대 등 부동산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실소유자가 집을 사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든가 더 큰 부담이라든지 하는 부분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책 뼈대는 흔들지 않으면서 서민·중산층의 부담을 더는 보완 대책에 집중하겠다는 것인데, 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문 대통령은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에 대해 “저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이라면 예의를 갖추고 보다 공감받고 지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자메시지를 해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문자메시지 발송은 민주주의 정치 참여의 한 방식이지만, 폭언 등으로 정치인의 의사 표현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 대통령의 당부가 강성 지지층의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문 대통령은 정책 실패를 반성하는 등 비교적 진솔한 태도로 기자회견에 임했다. 남은 1년 동안 늘 국민과 언론 앞에 서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