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백신 기업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백신 위탁생산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문 대통령, 스테판 방셀 모더나 대표.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합의하는 등 양국 간 백신 공조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보였다. 경제 분야에서도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6세대 통신(6G), 해외 원전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다짐했다. 치밀한 후속 조처를 통해 코로나19 극복과 경쟁력 강화 등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기술과 우리의 생산 역량을 결합해 백신 생산 확대에 협력하는 백신 파트너십은 우리나라가 전세계적인 코로나19 대응에 기여하는 한편 국내용 백신 확보에도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 백신 제조사 모더나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것은 그 연장선에 있다. 삼성이 생산하는 백신을 국내에 우선 공급하는 방안도 협의하기로 했다. 비록 백신 원액을 들여온 뒤 완제품을 만드는 방식이지만 ‘전달체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스푸트니크 브이(V)와 ‘합성항원 백신’인 노바백스에 이어 ‘메신저리보핵산 백신’인 모더나까지 세가지 유형의 백신 모두 위탁생산 체제를 갖췄다는 의미가 있다. 이를 발판으로 한국이 글로벌 백신 공급 체계의 ‘허브’로 발돋움한다면 ‘케이(K) 방역’에 이어 또 하나의 성과로 쌓일 것이다.
백신 스와프와 같은 직접적인 대규모 백신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보다 지원이 더 시급한 나라들이 많다는 점이 고려된 듯하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안전을 위해 55만명의 국군에게 백신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나름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99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한 데 이어 정상회담을 통해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안정적 백신 공급의 포석도 깔아둔 셈이 됐다. 이제 백신 접종을 목표대로 원활히 진행해 집단면역을 조기에 달성하는 게 관건이다. 60~74살 백신 접종 예약률이 5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접종 참여를 높이기 위한 국민 설득과 인센티브 도입 등에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삼성전자·에스케이·현대차·엘지 등 한국 업체들은 미국에 총 394억달러(약 44조원)를 투자하는 대규모 ‘선물 보따리’를 내놨다. 미국이 요청해온 반도체·배터리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과 전기차 생산이 핵심이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투자 확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미국도 세금 감면은 물론 전력·용수 제공 등 다각적인 지원으로 화답해야 한다.
미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서 교류 비중이 큰 중국과의 관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자칫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적극 호응하는 것으로 간주돼 불필요한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투자 확대가 수천개의 일자리 확충으로 이어질 것임을 강조했다. 이는 역으로 한국 내 고용 확대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 수 있음을 뜻한다. 이미 현대차 노조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 계획에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투자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궁극적으로 국내 투자·고용 확대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도록 노사 간 상생 협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