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해 2월 중국 외교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가 언급된 것을 두고 중국 외교부가 “내정 간섭”이라며 우려를 밝힌 뒤, 중국의 보복을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대만 문제는 순수한 중국 내정이며,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며 “중국은 공동성명 내용에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국가들은 대만 문제에 대해 언행을 신중하게 하고 불장난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한·미 정상이 지난 21일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언급한 데 대한 반응이다.
그동안 미-중 신냉전 속에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입장을 보여온 한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동맹 쪽으로 좀 더 나아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안보와 첨단기술 분야 등에서 양국 간의 협력을 강조했고 한-미 동맹을 ‘글로벌 동맹’으로 강화하겠다는 방향성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이 중국의 입장을 배려한 부분도 적지 않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5일 이번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인권 문제를 반영하지 않은 데 대해 “한-중 간 특수 관계에 비춰 우리 정부는 중국 내부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계속 자제해왔다”고 설명했다. 신장위구르, 홍콩과 관련한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가 공동성명에 명시되지 않은 것은 한국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라는 얘기다.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선 대만 문제에 더해 홍콩과 신장위구르, 티베트 문제까지 거론했고, 중국 외교부는 “난폭한 내정간섭” “패거리를 만들어 대결을 선동한다”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경제적으로 중요한 이웃 국가이자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큰 역할을 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잘 관리해나가야 하겠지만, 중국의 보복에 대한 과도한 우려 때문에 한국이 스스로 외교적 선택지를 제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은 국제 정세 속에서 독자적 입장과 원칙에 따라 외교정책을 펼치면서 이견이 있다면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한-중 관계를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때 중국이 한국 기업과 문화계 등에 강경한 보복 조처를 해 한-중 관계가 크게 악화됐고, 우리 국민들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겼다. 중국도 한국이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국제 정세에 대해 원칙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과도한 대응을 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