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에 복당할 것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사찰을 지휘했던 분”이라며 공격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발언을 “아마추어스러운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24일 홍 의원의 복당 문제를 논의하는 최고위원회를 앞두고 언행 자제를 ‘경고’한 것이다.
이 대표는 23일 제주도 방문 일정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홍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을 향해 “사찰을 지휘했던 분이 불법사찰을 운운하느냐”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에 대해 “누가 불법 사찰했다는 건지 특정해야 하는 것이고, 윤 전 총장이 불법사찰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는 것은 들어본 바 없다”며 “언제, 누가, 어디서 왜 했는지 밝히고 따져 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을 앞두고 벌어질 수 있는 가장 아마추어스러운 상호 간의 공격”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홍 의원이 다음날 자신의 복당 여부를 논의하는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이런 글을 쓴 것에 대해 “홍 의원이 그런 말을 지금 시점에 하는 건 다소 의아스럽다”고도 했다. 복당 결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앞서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사찰을 늘 지휘했던 분이 불법사찰 운운으로 검증을 피해 가려고 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며 “정치판은 없는 것도 만들어 내는 판인데 있는 의혹을 불법사찰 운운으로 피해 갈 수 있겠나”라고 썼다. 이는 윤 전 총장이 자신을 둘러싼 엑스(X) 파일 의혹을 “불법사찰”이라고 규정하며 반격에 나선 것을 겨냥한 것이다. “검찰총장으로서 늘 범죄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사찰을 하는 게 직무”였던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의혹에 대해서는 “불법사찰”이라고 대응하는 게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홍 의원은 또 “공직자는 늘 사찰을 당하고 산다. 나는 초임 검사 이래 36년간 늘 사찰당하고 살았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법의 상징인 검찰총장 출신이 언론 보도에 의하면 20여 가지 본인과 가족비리 의혹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정면 돌파해 본인과 가족들의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시기 바란다. 옛날과 달리 지금은 유리알 속 세상”이라고 했다. 복당 뒤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계획인 홍 의원은 자신은 이미 오랜 정치경험을 통해 검증이 끝난 정치인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오는 24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홍 의원의 복당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당내 찬성 기류가 강하고 이 대표의 의지가 강해 홍 의원의 복당이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복당 논의를 하루 앞두고 이 대표가 홍 의원에게 내민 ‘경고’ 카드가 복당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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