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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일방적 소통뿐…윤석열은 여전히 ‘총장님’이었다

등록 2021-07-08 04:59수정 2021-07-08 11:23

정치BAR_배지현의 보헤미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오찬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오찬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사표를 던진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압도적 정권교체를 다짐한 그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원희룡 제주지사,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 등을 만나며 야권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비판에도 적극 나서며 존재감을 부각했는데요. 이중 가장 공들였던 일정은 출마 전부터 국민의힘 입당보다 중요한 과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던 ‘윤석열이 듣습니다’라는 이름의 민심 행보였습니다. 검찰총장이 아닌 ‘정치인 윤석열’의 모습을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줄 첫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윤 전 총장 또한 “시장에서 어묵 먹는 게 아니”라며 ‘보여주기식’ 대신 직접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지난 6일 대전을 방문한 그의 ‘데뷔 무대’는 어땠을까요.

카이스트에 15분 지각…미리 와있던 학생들은 40분 기다려

그날 오전 9시52분께 국립대전현충원에 도착한 윤 전 총장은 가장 먼저 현충탑을 참배하며 보수 야권의 대선 주자로서 확실한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이날 예정된 참배 일정은 현충탑을 포함해 천안함 46용사 묘역과 한주호 준위 묘소, 연평도 포격전‧연평해전 전사자 묘역까지 총 4곳이었습니다. 지난달 생존자를 따로 만날 만큼 윤 전 총장이 각별하게 신경 쓰는 천안함 사건 전사자 묘역은 두 번째 참배 장소로 지정됐는데요. 윤 전 총장은 현충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천안함 46용사 묘역까지 차량으로 이동했습니다. 현장에 차를 가져오지 않은 다수의 취재기자가 걸어서 천안함 46용사 묘역에 도착한 시점에는 이미 윤 전 총장의 세번째 참배(한주호 준위 묘소)가 끝난 뒤였습니다. 윤 전 총장은 빠르게 걸어온 기자들에게 “젊은 영령들을 진심으로 애도했다”고 밝혔지만 기자들은 천안함 용사 비석을 쓰다듬는 윤 전 총장의 모습을 직접 보진 못했습니다. 현장에선 공보팀이 “(윤 전 총장 쪽에 동선) 전달이 잘못됐다”고 설명했지만 다음 일정에서도 혼란과 무례는 계속됐습니다.

‘탈원전 비판 간담회’로 공지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박사 과정 학생 3명과의 만남 시각은 이날 정오였습니다. 그러나 15분이나 늦게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일정이 늦어진다는 공지도 사전 양해도 없었고 “늦어서 미안하다”는 본인의 짧은 사과가 전부였습니다. 오전 11시35분부터 대기하고 있던 대학원생 3명은 윤 전 총장을 만나기 위해 결과적으로 40분을 기다린 것입니다. 학생들과 비공개 대화가 끝난 뒤 진행된 브리핑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준비된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할 말을 끝낸 그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의 만남 계획 등의 질문에는 “여기까지 하자”며 답을 피했습니다. 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찬 뒤에도 취재진들이 처가 관련 의혹 등을 질의했지만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불필요한 질문하지 맙시다”라는, 윤 전 총장 주변 극성 지지자의 ‘대리 답변’만 남았습니다.

답변 피하고 준비된 말만…‘인간적 매력’은 어디에?

대선주자 지지율 수위를 다투는 윤 전 총장이 나타나는 현장에 많은 기자가 붙습니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늘 일방향 소통입니다. 윤 전 총장이 지난달 30일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주먹인사’를 하러 소통관에 와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전화 좀 받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잠행 기간 동안 측근의 입을 통한 ‘전언정치’로 비판을 받아온 탓입니다. 현장에서 나오는 질문은 개인 윤석열을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유권자가 ‘정치인 윤석열’을 제대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정보값입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에도 여전히 경직된 모습으로 준비된 말만 ‘발화’하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이들은 그의 가장 큰 장점을 “단연코 인간적인 매력”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현장의 에피소드도 보이지 않습니다. 수사의 밀행성, 정치적 중립성이 우선인 검찰총장으로서는 은둔과 고립이 미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 게다가 대통령을 꿈꾸는 이는 현장의 시민들과 호흡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여의도 안팎에선 윤 전 총장의 소통 문제가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아직 그에게는 검사, 검찰총장이라는 옷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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