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사과하는 대국민 담화문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아직 할지 말지 정해지지 않았다.”
새해 대통령 기자회견 여부에 관해 대통령실이 지난 24일 내놓은 답변이다. 아직 신년 기자회견 준비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 새해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대신 ‘조선일보’와만 새해 인터뷰를 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새해 기자회견에 소극적인 기류다.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이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와의 관계 설정 등 예상 질문은 껄끄러운 주제가 많다. 이런 가운데 돌발적인 윤 대통령의 발언 실수라도 나오면 4월 총선을 앞두고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실시간 중계되는 질의응답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2022년 8월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유일하다. 이후 윤 대통령은 정식 기자회견 없이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점심 자리에 예고없이 등장해 취임 1주년 소회를 밝히거나, 기자실을 ‘깜짝’ 방문해 악수하거나, 국외 방문 전용기 안에서 인사를 도는 정도로 소통을 갈음했다. 양방향 질의 응답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 기자실을 찾아 “방향이 잘못됐다 싶을 때는 좋은 지적과 정확한 기사로 정부를 잘 이끌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으나 그 이후 소통할 기회는 없었다. 윤 대통령은 국외 방문을 앞두고는 외신과는 여러 차례 인터뷰를 했다. 여권 관계자는 “외신은 까다로운 국내 현안을 묻지 않으니 선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국민과의 소통이 언론과의 소통은 아니다”, “언론이 왜곡 보도를 한다”며 공공연히 언론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표시해왔다.
그러나 언론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더라도 공직자가 질문을 받아야 할 의무를 가볍게 만들지는 못한다. ‘백악관 기자실의 전설’로 불리는 헬렌 토머스는 저서에서 “미디어는 대의민주주의 핵심이며 대통령 기자회견은 그것의 가장 뚜렷한 증거”라고 했다.
시민들은 궁금할 것이다.
윤 대통령의 한·미·일 밀착 외교가 미-중 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외교보다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내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될 경우 외교 노선은 어떻게 될 것인지, 돌려막기식 인사의 이유가 무엇인지, 2030 세계 엑스포 유치 참패의 실상은 무엇인지, 여당과의 당정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윤 대통령이 답변해야 할 사안들은 차고 넘친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