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를 국빈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현지시각)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차량에 탑승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얘기는) 정말 금기고, 얘기를 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화를 내면서 그냥 넘어가 버렸다.”
윤석열 후보 대선 선거대책위원회에 몸담았던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는 지난 11일 라디오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일까.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최근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관련 대통령실의 의견을 묻자, “이전 (김은혜) 홍보수석이 계실 때 정리된 것으로 안다. 따로 답변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의아했다. 이전 홍보수석 때도 대통령실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었다. 그저 “유튜버의 문제 제기에 일일이 답변하지 않겠다”는 정도였다. 결국 이 관계자의 말은 현 이도운 홍보수석 체제에서도 답변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변치 않은 한 가지를 꼽으라면 김 여사 논란에 대한 ‘외면과 침묵’이 아닐까 싶다. 윤 대통령 본인뿐 아니라 주변 모두에게 강요되는 ‘제1원칙’이란 인상마저 들 정도다. 유일하게 이 원칙을 깬 것은 딱 한 차례, 김 여사의 ‘허위경력 의혹’ 때다.
이 논란으로 대선 기간 지지율이 떨어지자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나란히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김 여사는 2021년 12월 기자회견을 열어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까지 약속했다. 그리고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침묵하는 대통령실 대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쳐다보기 시작했지만, 한 위원장은 지난 26일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입장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취임 일성이 ‘여권에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사람은 없다’는 선언으로 읽히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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