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 기본소득으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에서 논쟁을 촉발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3일 임기 중 기본주택 100만호를 포함한 250만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고 투기 억제를 위해 국토보유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고품질 공공주택’이라는 기본주택 대량 공급과 강력한 투기 근절을 부동산 공약의 두 축으로 내세운 것이다. 유력한 여당 대선주자가 국민적 관심사인 주택정책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공약으로 제시함에 따라 여야 대선주자들의 부동산 정책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지사의 기본주택 공약은 부지와 재원 조달 방안 등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해 앞으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당장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유토피아”라며 현실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주택 분야에 보편적 복지를 선언했다’는 긍정 평가와 ‘자가 주택 선호 성향을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부동산 정책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임기 중 공급할 250만호 중 100만호를 기본주택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의 대표적인 부동산 공약인 기본주택은 역세권 등 좋은 입지의 주거지를 건설 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이상 살 수 있게 하는 공급 방식이다. 이 지사는 “집값을 안정시키고 집 없는 서민들이 고통받지 않게 하려면 공급 물량 확대, 투기수요 억제가 필요하지만, 공급 내용도 고품질 공공주택인 기본주택 대량 공급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렴하지만 질 좋은 임대주택을 공급해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또 토지임대부 분양(택지는 공공이 소유해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을 포함한 장기임대공공주택 비율을 10%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지사는 주택 공급 정책 등을 아우르는 주택도시부와 공공주택을 관리하기 위한 별도 전담기관도 신설하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기본주택 등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재원 마련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30평형대 장기공공임대형 아파트의 객관적 시장가치는 10억원이고, 분양가격만 해도 5억원이다. (사업시행자로서는) 이걸 담보로 (사업비를) 빌릴 수 있고 주택을 임대하면 월세가 나온다. 그게 (사업비 대출에 대한) 이자율을 훨씬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공이 주도해 100만가구의 주택을 짓겠다는 야심 찬 공약에 견줘 재원 조달 방안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대부분 역세권 토지를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어디에 기본주택 부지를 마련할 수 있는지도 이 지사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이 지사가 이날 도입하겠다고 밝힌 ‘기본소득토지세’는 보유세의 일종이다. 토지보유세를 걷어 이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에서 ‘기본소득토지세’라는 이름이 붙었다. 보유세 강화로 투기를 차단하고 이를 소득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기본소득 재원으로 선순환시키겠다는 것이다. 토지 보유에 따라 세금을 내더라도 국민의 90%에겐 기본소득으로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조세 저항을 누그러뜨리겠다는 계산도 담고 있다. 또 이렇게 생성되는 기본소득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로 지급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 지사는 “부동산으로 돈 못 벌게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말씀에 모든 답이 있다. 조세, 금융, 거래제도 정비를 통해 부동산 보유로는 이익을 볼 수 없게 하면 꼭 필요한 부동산 외에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본소득토지세라는 이 지사의 토지보유세 공약은 국민의힘 등에서 사유재산 침해, 위헌 논란 등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 이 역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또 부동산 정책 신뢰를 보장하기 위해 △공직자 부동산 취득심사제 도입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 △비필수 부동산 소유자 고위직 임용과 승진 제한 구상도 내놨다. 부동산감독원을 설치해 부동산 거래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부동산 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특별사법경찰 운영으로 관련 범죄를 발본색원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 “보편적 주택 복지”-“소유욕 반영 못 해”
이 지사의 기본주택 구상에 대해 진미윤 토지주택연구원 주거안정연구센터장은 “주택 분야의 보편적 복지를 선언한 것”이라며 “공급할 부지나 재원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는 있지만 집값이 폭등한 상황에서 보편적 주거 복지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런 방향이 맞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을 소유하고 싶은 개인들의 욕구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시장에서는 공공이 개입하는 공공성 강한 주택보다는 자가 주택을 선호하는 수요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3기 신도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기본주택을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기 때문에 기본주택 100만호라는 물량은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도 “전체 세입자 가구는 800만가구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드는 기본주택 외에 주거비 보조 확대나 임대료 규제, 계약갱신청구권 확대 등 민간 임대시장에 대한 입장이 없는 게 제일 아쉽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 공약이 그렇게 쉽다면 왜 지난 3년간 경기지사를 하면서 경기도에는 한 채의 기본주택도 공급하지 못했냐. 더구나 경기도의 주택 공급 실적을 보면 이 지사 취임 뒤 계속 줄었다”고 주장하며 “저런 유토피아는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돈이 없어서 못 해낸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영지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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