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만에 공개행보를 시작한 국민의힘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경선 버스’ 출발을 앞두고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갈등의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불거진 ‘윤석열 캠프 비상대책위원회 검토설’의 여진이 이어졌고 ‘이준석 체제 흔들기’에 힘을 보탰던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사퇴했지만 당 안팎의 의심과 불신은 여전하다.
22일 오전엔 윤석열 캠프의 ‘비대위 도모설’이 잦아드는 모양새였다. ‘윤석열 캠프에서 이 대표를 배제한 비상대책위원회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는 보도에 윤 전 총장이 “황당무계한 이야기”라며 강하게 부인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언론중재법 비판을 위한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라는 것은 전당대회를 통해 임기가 보장된 대표를 끌어내린다는 의미인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질 않는다”며 “이런 황당무계한 보도를 갖고 정치 공세를 펴는 것 역시 상식에 반한 것”이라며 펄쩍 뛰었다. 명분 없는 ‘이준석 체제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윤 전 총장 발언이 나오기 두 시간 전쯤, 캠프 소속 민영삼 국민통합특보가 올린 페이스북 글이 다시 의심을 증폭시켰다. 민 특보는 “정권교체 대업 완수를 위해 이 대표는 ‘대표 사퇴 후 유승민 캠프로 가서 본인 맘대로 하고 싶은 말 다 하든지’ ‘대표직 유지하며 대선 때까지 묵언 수행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적었다. 지난 11일 신지호 총괄부실장의 ‘이준석 탄핵’ 주장에 이어 ‘윤석열 캠프의 비대위 준비설’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이날 오후 민 특보는 관련 글을 삭제하고 윤석열 캠프 특보 자리에서 사퇴했다.
윤석열 캠프가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다른 대선주자들은 ‘지도부 흔들기’를 멈추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서울 마포구에서 소상공인들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체제가 무너지면 이번 대선은 물 건너간다”며 “이 대표 체제는 우리 국민들과 당원들께서 야당에 대해 ‘변화해서 대선을 제대로 준비하라’는 여망이 담긴 체제다. 제발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말씀드린다”고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우리 당이 단결된 모습으로, 일치된 모습으로 정권교체에 앞장서야 한다는 당과 국민의 여망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번 주에 국민의힘의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개시되지만, ‘비대위 논란’으로 한 주를 시작한 데 이어 25일 비전발표회, 26일 선거관리위원회 출범까지 ‘경선버스’ 출발 시점부터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선관위원장 인선 문제를 놓고 또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인터뷰에서 ‘염두에 둔 인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머릿속에 하실 수 있는 분들이 충분히 다 있다. (도대체) 어떤 분을 (선관위원장으로) 모셔야 불공정 프레임을 기계적으로 피할 수 있나”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선관위원장 후보는 김병준·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황우여 전 대표, 강창희 전 국회의장, 정홍원 전 국무총리, 정병국 전 의원 등이다. 지난 주말 선관위원장 후보군과 연쇄 접촉한 이 대표는 최종 인선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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