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30일 오후 제주시 연동 국민의힘 제주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주자로 나선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절대강자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불안한 모습에서 반사이익을 얻었고 당 내홍 국면에서 이준석 대표를 지지하면서 젊은층의 지지를 흡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선택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설명까지 그의 상승세를 둘러싼 해석이 분분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티비에스>(TBS) 의뢰로 지난 27~28일 전국 성인 1015명을 상대로 한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홍 의원은 9.4%에 그쳐 윤 전 총장(27.4%)과 큰 격차를 보였지만, 범보수권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는 21.7%를 기록하며 윤 전 총장(25.9%)과 격차를 오차범위 이내로 좁혔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다.
홍 의원의 상승세는 우선 윤 전 총장에게 실망한 표가 ‘대선 재수생’인 그에게 옮겨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홍 의원에게 돌아오고 있는 표심은 애초에 5년 전 홍 의원이 받았던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이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으로 향할 표가 홍 의원에게 가고 있다. 특히 윤 전 총장에 실망한 20∼30대 남성은 시원시원하게 말이라도 잘하는 홍 의원에게 쏠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당내에서도 윤 전 총장에 실망한 인사들이 홍 의원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잇단 실언과 정책적 미흡함, 당 대표와의 갈등이 실점으로 이어졌고, 홍 의원은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을 향한 20~30대 젊은층의 지지세는 ‘이준석 효과’로 설명되기도 한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1일 <한국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과 이준석 대표의 갈등 국면이 있었을 때 홍 의원이 용감하게 이준석 대표 편을 확 들어버렸다. 20·30대가 그 모습을 보고 지지세가 간 것 같다”며 “2030들은 자기 자신을 이준석 대표한테 투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홍 의원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조사한 범보수권 대선주자 조사에서 20대(23.7%), 30대(24.5%), 40대(23.2%)에서 윤 전 총장보다 적합도가 높았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범보수 대선주자 중 호남(25.2%)과 진보층(26.3%), 더불어민주당 지지층(26.4%)에서 홍 의원 적합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는 점에서 홍 의원의 상승세는 ‘역선택의 결과’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2017년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극우보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보수표 결집에 나섰던 홍 의원을 여권 지지층이 ‘만만한 상대’로 보고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여론조사 기법으로 봤을 때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까지 포함해 범보수 후보 적합도를 조사하는 게 맞는지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여야 합친 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이 홍 의원을 큰 격차로 앞서는데 범보수권 조사에서만 좁혀지는 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없는 층에서 역선택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의원은 호남에서의 높은 지지율을 ‘지지층 확장 가능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광주·전남 분들은 우리 당에는 거부감이 있어도 홍준표에게는 거부감이 덜하다”고 주장하며 “당 지지율과는 다르게 호남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역선택이 아니다. 직선제 이후로 여태 단 한 번도 우리 당이 호남 득표율을 10% 넘긴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호남 득표율을 20%까지 해 보겠다”고 강조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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