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유승민 대선 예비후보가 3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역선택 방지조항 재검토 계획을 밝힌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대선 예비후보등록을 마감한 국민의힘에서 ‘경선 역선택 방지조항’을 둘러싼 주자 간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 1차 컷오프 100%, 2차 컷오프 70%, 최종후보 선출 50% 비율로 반영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후보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리면서 ‘역선택 방지조항’ 논란은 국민의힘 내부 갈등을 폭발시킬 수 있는 최대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위원장 서병수)는 국민 여론조사를 경선 투표에 반영하면서 국민의힘 지지자가 아닌 국민들의 응답도 배제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를 백지 상태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0일 언론 인터뷰에서 “경준위가 준비한 안은 하나의 안에 불과하다. 전부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경선 투표에서 ‘역선택 방지’를 주장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쪽에 호응하는 결정이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 하태경 의원 등은 본선 승리와 확장성을 위해서는 ‘역선택 방지조항’은 절대 불가하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는 순간 공정한 경선은 끝장난다”며 “정 위원장은 이미 확정된 경선룰에 토씨 한자도 손대지 말라”고 경고했다. 또 “정 위원장은 ‘오직 윤석열 후보만을 위한 경선룰’을 만들려 한다. 그런 식으로 경선판을 깨겠다면 그냥 사퇴하라”고 날을 세웠다. 유승민 캠프 소속 의원들도 이날 별도의 성명서를 내고 “정 위원장은 이미 인터뷰에서 ‘윤석열, 최재형, 김동연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을 지지한다’고 말했다”며 “선관위원장이 아닌 세 후보 중 한 사람의 후원회장을 맡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이날 세 차례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경준위가 확정하고 최고위에서 추인한 경선 룰을 후보자 전원의 동의 없이 선관위가 일부의 농간으로 뒤집으려 한다면 이적행위”, “우리 당 역사상 대선후보 경선에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은 사례가 한 번도 없다”, “심판의 독선은 심판 경질 사유가 될 수도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경준위 논의 과정에서 일축된 ‘역선택 방지’ 논란이 뒤늦게 불붙은 건 최근 경선판 구도 변화와 관련이 있다. 윤 전 총장은 그동안 국민의힘 대선주자 중 압도적인 1위였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의원이 맹렬하게 추격 중이다. 유승민 전 의원도 범보수권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윤석열 대세론’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있는 셈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기존의 자신의 저조한 지지율을 ‘역선택’에서 찾고 있다.
결국 후보별 유불리 계산에 따라 격렬한 ‘룰 전쟁’이 뒤늦게 시작된 것이다. 대선 경선의 ‘게임의 법칙’은 후보 당락을 뒤바꿀 수 있는 결정적 변수다. 보수정당 역사상 가장 치열하게 경쟁했던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박근혜 후보는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놓고 격하게 대립했고 결국 유리하게 설계된 경선 룰 덕분에 이명박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다.
이번 국민의힘 경선에서도 주자들이 역선택 방지 문제에 사활을 걸게 되면서 당장 새달 1일부터 시작될 선관위 논의에서부터 파열음이 예상된다. 한 선관위원은 이날 <한겨레>에 “경준위가 정한 경선룰은 이미 최고위원회의 추인을 마쳤다. 이제 와서 선관위가 다른 입장을 내놓는 것을 어떻게 이해를 얻을 수 있겠느냐”며 정 위원장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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