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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지금은 이재명 정부 아니잖아”…재난지원금, 여당서도 곤혹

등록 2021-11-03 18:52수정 2021-11-04 09:36

이재명 “추가 지급해야” vs 김부겸 “재정여력 없다” 정면충돌
추가세수 용처 결정됐는데…이 후보, 당과 조율없이 정책 독주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인 송영길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인 송영길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의욕을 보이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김부겸 총리가 3일 “재정 여력이 없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여당 대선 후보와 정부, 여당이 민생과 직결되는 정책에 관해 조율없이 이견을 표출하면서 혼란을 자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국민 1인당 30∼50만원의 추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코로나19로 직접 피해를 본 소상공인, 간접적으로 광범위한 피해를 본 국민의 민생을 보살핀다는 측면에서 소상공인 보상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적극 추진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회의 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재난지원금 추가지급에 이 후보 입장이 분명하고 의지가 강하다”며 “반드시 처리가 되도록 당이 노력해달라는 당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최근 지디피(GDP) 대비 재난지원금 지원규모가 1.3%에 불과하다며 연일 추가 지급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김부겸 총리는 난색을 보였다. 김 총리는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가 재난지원금을 위한) “당장 재정은 여력이 없다”며 “막 주머니 뒤지면 돈 나오는 상황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1년 반 이상 피해가 누적된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 손실보상법으로 도와드릴 수 없는 분들이 너무 많다”며 “정부로서는 250만명 내지는 300만명 정도 되는 이분들을 어떻게 돕느냐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했다.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이 후보 방식보다 취약 계층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반대 뜻을 밝힌 것이다.

‘돈줄’을 쥔 기획재정부도 이 후보의 주장이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당의 공식 요구가 없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여력이 있다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계층을 우선 돕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날 오후 ‘만화의 날’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예산이란 남아서 하는 경우는 없고 언제나 부족한데, 선후 경중을 결정하는 게 예산정책”이라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제안을 거듭 강조했다.

이 후보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재원으로 ‘추가 세수’를 거론하고 있지만 기재부가 전망하는 10조원대 초반의 초과 세수 상당액의 사용처는 이미 결정됐다. 정부는 소상공인 손실보상금을 위해 기존에 마련한 예산 1조원을 2조4천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내년 4월까지 유류세 20% 인하를 결정해 올해 세수는 3천∼4천억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손실보상을 못 받는 여행·관광업이나 숙박업 등에도 저리대출 확대와 소비쿠폰 할인율 상향 등 지원책도 마련 중이어서 여기에도 초과 세수가 쓰일 전망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초과 세수를 ‘국민의 어려움을 덜고 국채 상환을 하는 데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곤혹스런 표정이다. 겉으로는 대선 후보인 이 후보의 구상을 최대한 뒷받침한다는 태도지만, 실현이 녹록잖은 탓이다. 5일부터 예산안 심사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추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15조원 안팎의 예산을 ‘급조’해야 한다. 이 후보가 조율이 안 된 정책을 먼저 던지는 것에 대한 부담과 불만도 적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지난주까지는 돌발 발언이 나와도 캠프가 해산하고 선대위가 구성되기 전 과도기라 이해되는 측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그런데도 후보가 자기 생각을 일단 던지고 ‘토론해보면 될 일’이란 식으로 나오면 당으로선 후보를 뒷받침하기 굉장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영길 대표는 수습에 나섰다. 그는 <에스비에스>(SBS)에서 한 여야 당대표 토론에서 “문재인 정부의 홍(남기) 부총리와 상의하고 후보의 뜻도 존중하면서 여러 지혜를 모아보도록 하겠다”며 “지금은 이재명 정부는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기간이고, 여당 후보의 제안이라도 무조건 실현될 수 있다는 게 아니라며 일단 선을 그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국민 재난지원금보다 피해가 큰 대면서비스업과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올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는 806만6000명으로 처음으로 800만명을 넘어섰다. 10월 물가상승률은 9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3.2%를 기록해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졌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은 아예 없거나 부족하다”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으로 가는 시점에서 이들에 대한 지원과 향후 고용·소득 격차 개선을 위한 정책에 공공재정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4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부동산 초과이익 환수제 등 ‘이재명표 입법 과제’를 논의할 계획인데, 이 자리에서도 이 후보의 전국민 추가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최하얀 이정훈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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