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김영진 소위원장(오른쪽)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 조세소위 회의에 앞서 안도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 논의를 본격화했다. 야당의 종부세 ‘세금폭탄’ 프레임에 양도세 완화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를 대선 간판 공약으로 내건 민주당이 되레 ‘부동산 부자’를 위한 세 부담 완화에 나선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조세소위원회 첫 회의를 시작으로 양도세 부담 완화를 뼈대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논의를 본격화했다. 앞서 민주당은 4·1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을 ‘부동산 민심 악화’로 보고, 지난 6월 종합부동산세 완화안과 함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양도세 완화안을 당론으로 확정한 바 있다. 여야는 이 날을 포함해 7차례 이상 조세소위를 열어 논의하고 이르면 오는 29일 결론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은 오는 22일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발송을 앞두고 수도권 부동산 민심 수습을 위한 성격이 짙다. 정부는 지난해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세율을 최고 6%로 올렸고, 공시 가격 상승으로 1주택자들의 올해분 종부세 부담이 예년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 공세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과 함께, 부동산으로 인한 4·7 재보선의 ‘악몽’을 내년 대선에서는 재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이 전날 윤석열 후보의 종합부동산세 무력화 공약은 강하게 비판하면서, 불로소득인 양도세를 낮추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준 서울시립대 교수(국제도시과학대학원)는 “부동산 부문 양도세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세금”이라며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는 상당한 혜택으로 외국에서는 생애에 걸쳐 1~2회로 제한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양도세 완화로 부동산 거래 기준이 비과세 기준인 12억원으로 오르는 ‘키맞추기’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전반적인 주택 가격 상승이나 1주택자의 상향 갈아타기 수요를 고려했을 때 비과세 기준 상향이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이렇게 되면 주택 가격이 일부 상승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미 시장에서 12억 비과세를 기정사실화하고 실행을 기다리면서 거래절벽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민주당의 부동산 세제 정책이 ‘표’를 좇아 오락가락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부동산학)는 “현재 부동산 시장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 어떤 목적을 가지고 무슨 세제를 조정할 것인가 하는 접근이 아니라, 정치 상황에 따라 여러 세제가 조각조각 바뀌면서 누더기가 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불로소득 환수’를 강조해온 이재명 대선 후보는 여당의 비과세 기준 상향 입장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후보에게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 추진이 보고되었지만, 이 후보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후보 쪽 핵심 관계자는 “후보가 당에서 논의하는 것을 뭐라고 한 적이 없고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며 기본소득 재원으로 공약한 ‘국토보유세’ 도입을 주장했다. 기존의 종부세와 재산세는 국토보유세 안으로 통합한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그게(국토보유세 도입) 토지공개념에 부합하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국민에게 환원하며 소득 자산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는 길”이라며 “국민 90%는 내는 것(세금)보다 받는 것(기본소득)이 더 많아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최하얀 서영지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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