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직무유기를 넘어선 책무유기”라며 국정조사까지 거론하며 거친 공격을 한 것은 이재명 후보의 ‘정책적 차별화’ 기조를 당이 뒷받침한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연일 홍 부총리를 강도높게 비판하는 등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내보이며 지지율 반등을 노리는 모습이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기획재정부로부터 올해 초과세수가 19조원이라는 사실을 별도로 보고받았다. 기재부는 그동안 올해 초과세수가 10조원대 초반이라고 말해왔다. 이에 윤 원내대표는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 큰 숫자 차이’라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기재부는 ‘일상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해 올해 납부 세금을 내년으로 유예(납부 유예)하자는 여당의 요구에는 거듭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민주당은 1072일째 자리를 지켜 역대 최장수 경제부총리인 홍 부총리를 향한 강한 불신을 숨기지 않고 있다. 홍 부총리는 그동안 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때마다 재정건전성을 내세워 반대해왔다.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해 3월 기재부가 편성한 1차 추경안 규모가 너무 작다며 홍 부총리의 ‘경질’까지 거론했고, 이낙연 전 대표도 올해 2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이를 반대하는 홍 부총리와 정면 충돌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기재부의 ‘배신’”이라고도 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이런 비판은 막 시작된 내년도 예산 증액·감액 심사에서 이재명 후보의 주요 공약을 관철하기 위해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민생’을 위해 관료들과 맞서는 모습을 보이며 정책의 추진력을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는 전날 “홍 부총리를 포함해 정책 결정집행자들이 따뜻한 방 안 책상에서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이 현장에서는 정말로 멀게 느껴진다”며 “다수의 국민, 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현장 감각도 없이 필요한 예산들을 삭감하는 것은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날을 세웠다. 또 기재부가 지역화폐 예산을 삭감한 것을 겨냥해 “홍 부총리가 현장에서 직접 체감을 해보면 매출 양극화가 얼마나 지역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는지 눈으로 본다면, 지역화폐 정책에 대해서 ‘만행’에 가까운 예산편성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당내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 소속 의원들과 ‘도시락 오찬’을 하며 “민생 예산을 잘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 선대위 회의에서는 “청년이 희망을 잃은 데에는 민주당과 집권 세력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거론했고,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 등 현 정부와의 정책 차별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민생 이슈의 주도권을 잡고 문재인 정부와의 정책적 차별화를 계속해 나감으로써 지지율 회복의 동력을 찾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한 의원은 “이번 대선의 슬로건이 ‘이재명은 합니다’인데, 후보 공약을 관철해내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재선 의원도 “이렇게 주도권을 잡아서 ‘할 일은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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