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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평등법의 나라’ 영국 부장관 “차별금지법 장벽? 단념하지 말기를”

등록 2021-11-21 15:34수정 2021-11-21 16:08

프리어 ‘평등 담당’ 부장관 인터뷰
마이크 프리어 영국 국제통상부 무역통상, 평등 담당 부장관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마이크 프리어 영국 국제통상부 무역통상, 평등 담당 부장관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치인은 인기를 얻는 일뿐 아니라, 옳은 일을 해야 합니다. 평등이 사회에 가져다줄 이득을 국민에게 설명해 나가는 것이 정치인이 해야 하는 옳은 일입니다. 평등법 제정 노력에 장벽이 나타나더라도 한국의 정치인들이 단념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유엔 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11월11일)을 기념해 한국 정부 초청으로 방한한 마이크 프리어 영국 국제통상부 부장관 겸 평등 담당 부장관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한겨레>와 대면 인터뷰와 그뒤 이어진 서면 인터뷰를 통해, 차별금지법 입법을 논의 중인 한국 정치인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프리어 부장관은 영국 보수당의 4선 의원이자 ‘엘지비티’(LGBT: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인권 신장 등 평등권 보호에 앞장서온 정치인이다. 그는 11년 전 도입한 영국의 ‘평등법’이 포괄적 차별금지를 명시하면서 “종교의 자유를 더 효과적으로 보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1965년 인종관계법, 1970년 평등급여법, 1975년 성차별금지법, 1995년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9개의 개별적인 차별 방지 관련법을 2010년 11월 포괄적인 ‘평등법’(116개 조항)으로 통합했다. “연령, 장애,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 혼인, 출산, 인종, 종교, 성별 등으로 누구라도 불공평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공통의 규칙을 도입한 것”이라는 게 프리어 부장관의 설명이다.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우리나라의 차별금지법안도 기존의 고령자고용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양성평등기본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을 통합하는 형태다.

영국에서는 보수당과 노동당의 폭넓은 합의로 평등법 입법이 가능했다고 프리어 부장관은 전했다. 입법 과정에서 기독교계와 성소수자 단체 간 갈등은 있었지만 성적 지향에 대한 혐오적 비방이 아니라 과도한 우대를 우려한 논쟁이었다고 한다. 프리어 부장관은 “평등법 시행 전에도 다른 법을 통해 성적 지향 등은 이미 보호되고 있었기에 성적 지향을 법으로 보호할 것이냐란 근본적 논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았다”며 “각 단체들은 평등법 때문에 한쪽이 더 유리한 대우를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입법 과정에서 각 단체의 요구와 우려가 최대한 대등하게 받아들여지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영국의 평등법 때문에 동성애를 반대하는 목사가 징계를 받았다’는 우리나라 보수 기독교계의 주장에 프리어 부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평등법상 권리들 사이에 위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은 원하는 종교를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 평등법은 다른 어떤 특성들과 동등하게 종교에 대한 보호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평등법은 민법이므로 기소 대상이 되지 않으며, 종교인의 설교는 평등법상 차별금지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영국은 평등법이 종교의 자유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이상민·권인숙,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에서도 종교인들의 설교를 처벌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마이크 프리어 영국 국제통상부 무역통상, 평등 담당 부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마이크 프리어 영국 국제통상부 무역통상, 평등 담당 부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010년 영국의 통합 평등법 발효는 △2013년 동성 결혼 법제화 △2019년 이성 연인 간의 ‘시민 동반자’ 관계 허용 △2018년 공공·민간 부문 고용주에게 성별·임금 격차 보고 의무화 △올해 7월 장애인 국가전략 발표 등으로 이어졌다. 평등법 제정이 사회 각 분야에서 차별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차별금지법 입법까지 갈 길이 멀다. 2007년 17대 국회부터 입법 논의가 시작됐지만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최근엔 국민청원 형태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까지 올라왔지만 심사일정도 잡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차별금지법 반대가 당론이고, 유력 대선 후보들은 입법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반대하고 있다.

영국은 평등권 보호를 위해 외무·영연방부, 노동연금부, 주택·지역사회부, 국제통상부 부장관을 ‘평등 담당’으로 겸직으로 임명해 부처별 평등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차별금지와 평등권 보장에 적극적인 영국 상황과 우리의 현실은 천양지차다. 그럼에도 프리어 부장관은 “장벽에 단념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나의 경우 수출 담당 부장관으로서 수출 기업들의 다양성과 평등 잠재력을 최대화하도록 장려하는 일을 함께하고 있다”며 “평등을 위해 정부와 정치인들이 해야 하는 일은 매일, 모든 순간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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