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조연설하는 김종인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비전 심포지움 국민행복과 국가미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1.12.7 mon@yna.co.kr/2021-12-07 14:30:29/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김종인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이 선대위 출범 2일차를 맞은 7일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의 국가 역할을 강조하며 ‘공정한 경제 실현’을 전면화했다. 경제·노동관 등에서 보수 색채를 드러낸 윤석열 후보의 색깔을 ‘중화’하고, 중도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자신이 전매특허처럼 내세웠던 ‘경제민주화’의 또다른 버전을 깃발로 내건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더좋은나라 전략 포럼’ 연설에서 “정치권에서 걸핏하면 공정·정의 사회를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를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며 “경제에서 공정을 찾지 못하면 사회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를 시장에만 맡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약자는 도태되고 강자만 남는 것이 시장의 기본적 속성”이라며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이 시장 원리에 따라서 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똑같다”고 했다. 윤 후보가 ‘반문재인 구호’로 사용하고 있는 ‘공정과 정의’ 개념을 경제에서 공정으로 실현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한 선대위 추가 인선에서는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전략기획실장에 기용했다. 금 전 의원은 ‘조국 사태’ 당시 조 전 장관을 비판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뒤 민주당을 탈당했다. 퀴어 퍼레이드에 참석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등 ‘진보적 자유주의 정치인’의 모습도 보여온 그는 김종인 위원장을 다룬 전기 만화책 발간위원장을 맡는 등 김 위원장과 친분이 깊다. 정태근 전 의원은 정무대응실장에 임명됐다. 2012년 김 위원장은 ‘박근혜 비대위원’ 시절, 당 쇄신을 주장하며 탈탕해 무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한 정 전 의원에게 ‘당선 뒤 복당’을 요청할 정도로 두 사람 간 신뢰가 두텁다. 금태섭·정태근 전 의원을 지휘하며 ‘김종인 별동대’로서 중도층 공략에 나설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도 김 위원장과 오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 쪽 관계자는 “임태희 본부장의 장인인 권익현 전 민주정의당 대표가 민정당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정치를 했다. 그때부터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임 본부장은 지난달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윤석열 후보 또는 김종인 위원장님 두 분 다 비슷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 아주 절친은 아니다. 안 지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선대위 장악력을 높이고 ‘공정한 경제’를 화두로 중도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애독서로 꼽으며 “가난한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보수 성향의 윤 후보와 ‘화학적 결합’이 가능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강조하는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의 갈등도 중도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이재명 후보의 ‘국가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김병준 위원장의 견해와 상반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관심 없으니 물어보지 말라. 내가 그런 사람 신경쓰면서 역할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국가주의니 자유주의니 그런 걸 논쟁할 시기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김종인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윤 후보와 상충되는 경제관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시장경제에 지나치게 경도된 목소리를 제압하면서 선대위를 끌고 가는 것이 김종인 위원장만이 할 수 있는 역할로 이를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며 “윤 후보도 영입할 때부터 김 위원장의 생각과 노선을 알고 영입했을 것이기 때문에 ‘중도 확장’ 전략을 위해서라도 이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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