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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전여옥은 한나라당 ‘X맨’?

등록 2006-02-24 22:18수정 2006-02-26 10:45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전여옥 의원의 ‘디제이 치매발언’ 감상법
정치권은 새삼스러울 것 없는 독설가의 한마디에 왜 펄쩍 뛰나?
 ‘독설’로 이름난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디제이) 비하 발언으로 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한 인터넷신문이 “전 의원이 (디제이가) 치매 든 노인처럼 얼어서 6·15 선언에 합의했다”고 보도한 뒤 처음에는 발언에 대한 진위공방이 일더니 어느새 전 의원의 사퇴와 박근혜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는 정치공방으로 확대되었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터져 나온 전여옥 의원의 디제이 비하 발언은 진실 여부를 떠나 정치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전여옥, 치매 든 노인처럼 얼어서 6·15 선언” 보도

전여옥 의원 “기억 없다. 6·15 선언 실패 발언은 사실”

전여옥 의원의 디제이 비하발언은 인터넷매체 <브레이크뉴스>가 처음 보도했다. <브레이크뉴스> 22일 ‘6·15선언은 치매든(?) DJ가 北과 합의한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여옥 의원이 한나라당 대전 당원교육행사에 연사로 나서 6·15선언은 돈으로 산 것’이라며 ‘현대 같은 기업 돈 5천억원을 김정일 개인계좌에 넣어 준 뒤 김정일이 공항에서 껴안아 주니까 치매 든 노인처럼 얼어서 서 있다가 합의해 준 게 6·15선언’이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브레이크뉴스>는 또 “전여옥 의원은 △노무현 정권의 낙하산 인사 △김원웅 의원의 자녀문제 △북한 경수로 문제 △정동영 의장의 지방정권 심판 발언 △성추행범 대낮 활보문제 △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 등을 소재로 노무현정부와 열린우리당을 ‘날강도', ‘날건달', ‘싸가지 없는 X', ‘사악한' 등의 단어를 사용해 격렬히 비난했다”며 전 의원의 발언록 전문을 실었다.


이에 대해 전여옥 의원은 〈YTN〉 전화 인터뷰에서 “6.15 선언은 실패라고 이야기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공항에서 열렬히 환영하는 것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흥분해 자구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다는 말 정도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전 의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도 “‘치매’란 말을 쓴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다.

해당 기자 “한나라당에서 당시 행사를 녹화했으니, 공개해 확인하자”

그러나 기사를 쓴 <브레이크뉴스> 김기석 기자는 24일 “22일 행사장에는 한나라당에서 자료수집용으로 행사를 VTR로 촬영했으니 (누구 말이 맞는지는) 그것을 공개하면 될 것”이라며 “행사장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관련 ‘치매’라는 발언을 두 번이나 했고 한나라당 관계자와 수백 명의 당원 및 시민이 있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전 의원은 파문이 확산되자 “기억이 없다”고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으나 <브레이크뉴스> 쪽이 ‘치매’라고 발언한 것을 증언할 증언자를 확보해 놓았고, 비디오 촬영 등 증거도 확실하다는 점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전 의원이 불리한 상황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진실게임에서 정치공방으로, 칼날은 박 대표에게

민주노동당 “배설물 방치하면 박 대표도 개똥녀될 것”

정치권에선 전 의원의 디제이 치매 발언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디제이의 ‘정치적 계승자’임을 자처하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물론 민주노동당까지 맹비난하고 나섰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격의 칼은 전여옥 의원에서 박근혜 대표를 향하고 있다. 진실게임은 어느새 정치공방으로 바뀌었고 한나라당은 곤혹스러운 모습이 역력하다.

열린우리당 유은혜 부대변인은 24일 논평에서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가 전 의원의 입만 쳐다보며 비난여론이 가라앉길 기대하는 것은 대단히 비겁하고 무책임한 일”이라며 “후안무치한 진실공방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대표가 나서서 테이프의 내용을 공개하고 전여옥 의원에게 즉각 사죄를 촉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박용진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전여옥 의원의 발언은 저질 우파의 우려스러운 정치수준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발언으로 국민들에게는 참으로 난감한 배설행위”라며 “치매라는 단어를 썼든 안 썼든 전여옥 의원은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전여옥 의원에게 비례대표 의원직을 주었고 대변인까지 시켰던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가 이번 배설물을 깨끗이 치우고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박근혜 대표는 지하철에서 개똥을 치우지 않고 내려 국민에게 비난받았던 개똥녀가 될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표가 ‘여의도의 개똥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박 대표를 겨냥했다.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은 “전 의원은 국회의원 이전에 먼저 인간이 돼야 한다”며 “(박근혜 대표는) 전 의원을 출당 조치하고, 당 대표로서 전 의원의 망언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전 의원의 발언이 곤혹스럽기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40%가 넘는 지지율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전 의원의 발언으로 수구성과 반통일성이 다시 부각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이 합세해 박 대표와 전 의원을 맹비난하는 데도 공식적인 대꾸를 못하고 있는 것이 한나라당의 궁색한 처지를 잘 말해준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전 의원이 지나쳤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한다.

여권은 새삼스러울 것 없는 독설가의 한마디에 왜 펄쩍 뛰나?

하지만 독설가 전여옥 의원의 ‘요란한 입’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대변인을 맡으면서 전여옥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정신적 미숙아’ 발언이나 ‘고졸 대통령’ 발언, ‘불타는 지옥철’ 논평 등으로 ‘전여옥 어록’을 남길 정도로 독설로 악명을 떨쳤다. 전 의원이 기존에 쏟아낸 발언 수준에 비춰볼 때, 또 현직 대통령도 아닌 전직 대통령에 대해 더 민감히 정치권이 반응하는 것이 약간 의아할 정도다. 새로울 것이 없는 전 의원의 발언에 정치권이 과민반응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 의원의 ‘독설’이 나온 상황은 ‘복잡미묘’하다.

우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격렬한 반응은 두 당이 모두 ‘디제이의 계승자’임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아버지’에 대한 모독에 발끈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여권이 적극 추진했던 디제이의 4월 방북이 한나라당의 반대로 6월로 미뤄지면서 쌓인 감정의 앙금에 전 의원의 발언이 기름을 부은 셈이다. 김근태 우리당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은 정말로 냉전수구세력”이라며 “김 전 대통령이 6월로 방북을 연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두고 정략적이고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서 분개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앞둔 미묘한 시점

총선직전 정동영의 “노인들은 집에서 쉬라”와 닮은 ‘파괴력’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정치적 시점도 미묘하게 맞물려 있다. 선거를 앞두고 호남민심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디제이=호남’으로 상징 되는 정치적 뇌관을 전 의원이 무모하게 건드린 셈이 되었다. 우리당이나 민주당 입장에선 전 의원과 한나라당을 비판하면서 호남민심의 결집을 시도할 수도 있고, 한나라당의 수구성과 반통일성을 부각시킬 수도 있으니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전 의원의 발언은 17대 총선을 앞두고 “노인들은 집에서 쉬라”고 말해 선거에 재를 뿌렸던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과 닮았다. 또 전 의원이 곧바로 사과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진행형이다.

“한나라당 X맨, 치매 걸리지 마세요”

이런 이유로 전 의원의 ‘막가파식’ 발언은 한나라당에 확실히 해롭다. 박근혜 대표의 최측근이고, 한나라당의 전직 대변인이라는 점에서 전 의원은 싫든 좋든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의 반열에 올라섰다. 초선에 비례대표이지만 그의 정치적 상징성을 쉽게 무시할 수 없다. 한나라당이 전전긍긍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리꾼들은 이런 전 의원을 놓고 “혼자 잘 난 척은 다하지만 결국 조직에 해가 되는 ‘X맨’”이라고 비아냥거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지금의 지지율보다 더 얻어낸다면 가장 큰 덕은 전여옥이다. 전 의원이 치매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행여 이번 일로 의원직을 사퇴한다든가, 핏발 세운 연설이 무뎌진다면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여권일 것이다.”(한토마 ‘양풍’)

“전여옥은 한나라당 X맨이 확실하다.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만든다. 계속 똑같은 모습을 유지하라. 제발 생각 좀 하고 말하라”(‘mgsw’)

“역사의 푯대는 결국 좌우의 정치지형을 넘어 ‘상식’의 흐름으로 향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전여옥 같은 이가 ‘보수’를 대변한다면, 한나라당은 ‘대선필패’라고 확신한다.”(세라)

전여옥 의원이 한나라당 X맨이 되지 않으려면 하루 빨리 발언의 진상을 밝히고, 디제이와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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