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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윤 대통령 바람대로 ‘스타 장관’ 탄생했다…“잘하든 못하든”

등록 2022-07-28 14:05수정 2022-07-28 15:45

정치BAR_엄지원의 측면지원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국무위원들. 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공동취재사진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국무위원들. 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공동취재사진

“스타 장관들이 나오면 좋겠다. 잘하든 못하든 자주 언론에 나오라.”

국정수행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추락하던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당부에 별렀을 국무위원들은 오래지 않아 ‘데뷔 무대’를 갖게 됐습니다. 지난 25~27일 열린 윤석열 정부의 첫 국회 대정부질문입니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부터, ‘경찰국 신설’ 사태에서 ‘12·12 쿠데타’ 발언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예상치 않은 노익장을 과시한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지난 사흘 국회 본회의장에선 국무위원들의 소신과 충성 경쟁이 이어졌습니다. 스타가 되기 위해 기꺼이 ‘신 스틸러’를 자처한 이들의 주요 답변을 모아봤습니다.

■ 윤 대통령 방어하려 ‘노무현 대통령’까지 소환한 한덕수

한덕수 국무총리. 공동취재사진
한덕수 국무총리. 공동취재사진

먼저 ‘다크호스’ 한덕수 국무총리입니다. 한 총리는 비록 인사청문 과정에서 ‘김앤장 고문’ 전력 등 자질 문제가 거론되긴 했으나 참여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냈기에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그래도 최악은 아니지 않느냐’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입니다. 그러나 이번 대정부질문을 통해 그간의 평가가 많이 뒤집힐 듯 합니다. 윤석열 정부를 이끄는 내각의 수장답게 한 총리는 인사검증 실패나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 문제 등을 두고 강력한 엄호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사적 채용에 대한 지적엔 “대통령의 친인척이라고 불합리한 처우를 받아선 안 된다”고 답했고, 낙마한 장관 후보자들의 자격 문제를 두곤 “그분들은 언론 검증 단계에서 더 이상 이런 과정을 밟고 싶지 않다 해서 자진해 사퇴한 분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론조사 등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거듭되는 인사 문제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는 없던 셈입니다.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한 총리가 내놓은 주요 답변입니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관련

“친척이기 때문에 불합리한 처우를 받아야된다(는 주장은) 아마 좀 우리가 조금은 이해를 하고 자제를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채용에는 일반경력직에 대한 채용과 별정직의 채용이 좀 다릅니다. 비서관, 비서 등 보좌업무를 수행하거나 특정한 업무를 수행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특수한 절차를 밟아서 하고 있습니다.”

△낙마한 정호영·김인철 장관 후보자 등 인사검증 문제

“이분들이 언론의 검증 단계에서 ‘상황이 그렇다면 나는 더 이상 여기에 대해서 이런 과정을 밟고 싶지 않다’ 해서 자진해서 사퇴를 하신 분들입니다. 그래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렇게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국정 전반에 걸친 질문을 받은 한 총리에게선 보수적인 답변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확실히 총대를 멘 모습이었습니다. 이상민 장관이 경찰서장 집단행동을 ‘12·12쿠데타’에 비겨 논란이 된 것을 두고 한 총리는 “상명하복에 의해서 국가로부터 공권력을 부여받은 분들이 명령에 불복하는 것은 우리 국가 유지에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이 장관을 두둔했습니다. 최근 여당이 연일 “공영방송을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했다”고 주장하며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가운데 한 총리 역시 “방송을 특별한 성향을 가진 분들이 장악하는 건 우리 민주주의에 큰 위협이 된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은 처음 해보는 것’이라는 윤 대통령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엔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도 (대통령) ‘못 해 먹겠다’는 말씀도 한 적이 있다”고 맞받아쳐 야권의 빈축을 샀습니다. 민주당은 곧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실언을 감싸겠다고 고인이 되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습니다. 국정 수행을 위해 거대야당의 협조를 요청해야 할 한 총리가 되레 뜬금없는 발언으로 야당의 ‘역린’만 건드린 셈입니다.

■ “주인공은 나야 나” 부동의 센터 한동훈

한동훈 법무부장관. 공동취재사진
한동훈 법무부장관. 공동취재사진

그래도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가운데 ‘부동의 센터’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겠지요. 한 장관은 특히 특유의 자신만만한 태도로 야당 의원들의 질문을 쉴 새 없이 받아쳤습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28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스타장관 탄생을 주문하셨는데 역시 두 분이다 싶다”며 윤 대통령 측근인 한동훈·이상민 장관을 지목했습니다. 한 장관에 대해선 “눈이 빨라서 상대 주먹을 잘 피하면서 카운터로 잘 맞받아치고 꼭 몇 대 더 때린다”며 ‘아웃복서’라고 평했습니다. 이 장관을 두곤 “맷집이 아주 두둑해가지고 날아오는 거 피하지도 않고 맞으면서 그대로 밀고 나가 묵직한 펀치를 날리는 파이터형”이라고 평했고요.

한 장관은 대정부질문 첫날인 지난 25일부터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범계 의원의 질문에 한치의 양보 없이 반론을 내놓으며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대개는 현 정부에 대한 해명이 아닌, 전 정부를 향한 역공 성격이 강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석에선 박수와 웃음이 터져나왔고 야당에선 “오만하다”는 평가가 쏟아졌습니다. 박 의원도 이튿날인 26일 <문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참 막무가내”라며 ”명백한 법에 나오는 것조차도 인정하려 들지 않고 자기 프레임을 딱 짜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하니까 토론이 안 되더라”고 말했습니다. 한 장관과 박 의원의 문답을 정리했습니다.

#장면1.

△박범계: 법률로 규정할 사항을 대통령령이나 부령으로 위임할 때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위임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 내용 아시지요?

△한동훈: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말씀하신 것이라면….

△박범계: 묻는 질문에 답을 하세요.

△한동훈: 법의 원칙을 말씀하시는 것이니까.

△박범계: 행정주의, 법정주의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한동훈: 말씀해주시면 듣겠습니다.

△박범계: 모르십니까?

△한동훈: 너무 기본적인 말씀을 하시는 것이니까요.

#장면2.

△박범계: 한동훈 장관 마음대로 (정무직) 검증하는 것입니까?

△한동훈: 과거에 그러면 의원님께서 근무하셨던 민정수석실은 어떤 규정에 사람들 명부를 전부 대놓고 검증을 하셨습니까? 제가 이 일을 하는 것이 잘못이라면 과거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에서 했던 인사검증 업무는 모두 위법입니다.

△박범계: 검찰총장이 두 달 공석인데 검찰인사 전부 한동훈 장관이 해버렸습니다. 전례가 있습니까?

△한동훈: 과거에 의원님 장관이실 때 검찰총장을 패싱하시고 인사를 하신 것은….

△박범계: 턱도 없는 말 하지 마십시오.

#장면3.

△박범계: 이재명 의원 부인의 법인카드 의혹 관련해서 경찰이 130회 이상 압수수색을 했습니다.

△한동훈: 저는 의원님과 달리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 개입하지 않겠다고 이미 말씀을 드렸습니다. 제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 수사지휘권을 남발하거나 그러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 ‘쿠데타’ 발언으로 뜬 ‘라이징 스타’ 이상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윤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대 후배로 대표적인 ‘실세 장관’인 이상민 장관은 대정부질문 직전 경찰국 신설 사태와 ‘쿠데타’ 발언으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상식에 벗어난 발언이 국민 여론을 들쑤셨지만 조응천 의원의 평가대로 “맷집 두둑”하게 버텨내고 있습니다. 대정부질문에서도 자신을 향한 비판에는 큰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다만 취임하자마자 행안부 장관으로선 이례적으로 여러 현안에 대해 ‘불법 엄단’ 입장을 밝혀왔음에도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고 했습니다. 혹시, ‘엄포’만 있고 ‘디테일’은 없는 걸까요? 대우조선해양 파업사태에 대한 이탄희 민주당 의원과 이 장관의 문답 장면을 모아봤습니다.

#장면1.

△이탄희: 지난 일주일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 기조를 보여주는 일지입니다. 압권은 행안부 장관입니다. 덕분에 경찰특공대 투입이 검토될 뻔했습니다. 민간 시위에 특공대를 투입한 선례가 있습니까.

△이상민: 모르겠습니다.

△이탄희: 확인 안해보셨어요?

△이상민: 네.

△이탄희: 용산참사와 쌍용차 사태를 아세요?

△이상민: 알고 있습니다.

△이탄희: 몇 년도에 일어났는지 아시나요?

△이상민: 몇 년 된 거 같습니다.

#장면2.

△이탄희: 왜 유최안(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부지회장)씨가 배 안에 들어갔는지 아십니까?

△이상민: 제가 알기로는 원청과 하청…

△이탄희: (원청 노동자들의 하청 노동자에 대한) 전치 12주 폭력 피해서 있을 곳 찾아 다니다 배 안으로 들어갔다는 겁니다. 유조선 밑바닥에 눈에 보이는 가장 작은 구조물에 기어들어간 거예요.

△이상민: 자세한 사실관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탄희: 그런 것도 모르시면서 불법이다 경고한다 이말만 앵무새처럼 불법이라고 하는 겁니까?

△이상민: 그 자체가 불법이 아니면 뭐겠어요. 불법은 불법이죠. 다만 그 경위에 정상 참작 할 사유가 있느냐 없느냐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이탄희: 이 모든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에 대해서는 왜 한마디 말도 안하세요?

△이상민: 아니 모든 행위에는 원인이 있겠죠.

△이탄희: 왜 그 모든 과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씀도 없으십니까?

△이상민: 그 과정은 제 담당이 아니라…

대정부질문은 여야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이란 무대에서 총리와 장관들에게 질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입니다. ‘송곳 질문’에 나선 야당 의원과 품위있는 ‘철통 방어’로 맞선 국무위원이 화제가 될 순 있어도 국무위원이 ‘작심 발언’으로 화제에 오르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대정부질문에서 총리와 장관들이 거친 언어로 관심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으니 ‘스타장관 만들기’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첫발을 뗀 듯 합니다. 그런데, 데뷔에 성공한 ‘스타’들의 언어가 윤 대통령을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이들의 ‘닮은 꼴’ 소통 방식은, 궁극적으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도움이 될까요.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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