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5박7일 일정으로 영국, 미국, 캐나다를 방문하기 위해 18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졸속 추진 논란 속 ‘영빈관 신축계획’을 백지화했지만 사업 추진 배경과 필요성 등을 두고 여야가 2라운드 논쟁에 돌입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혈세 낭비 논란’이 커지면서 정기국회 초반 주도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은 19일부터 나흘간 진행되는 대정부질문에서 영빈관 추진 문제를 놓고 바짝 대여투쟁의 고삐를 조인다는 계획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가 영빈관에 대한 논의는 지속되어야 한다”며 “국가영빈관은 국가적 품격, 외교 인프라, 경호 문제, 예산의 적정성 등 긍정적으로 검토할 요소가 많음에도 민주당은 오직 정쟁의 소재로만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만년 야당만 할 것이 아니라면 미래지향적으로 이 문제를 봐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민주당이 ‘878억원짜리 영빈관 신축을 추진한 배경에 김건희 여사가 있는 게 아니냐’며 공세를 펴자 “(민주당이) 집단적 망상에 빠졌다”고 반박(17일)한 데 이어, “지금처럼 호텔을 빌리거나 전쟁기념관과 중앙박물관을 오가는 것도 예산이 들기는 매한가지”, “후임 대통령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며 당 차원의 엄호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민주당은 “정부가 영빈관을 신축하고자 한다면 먼저 국민들을 설득해야 했다”며 불씨를 키우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당의 공세를 ‘집단적 망상’이라고 한 권 원내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영빈관 신축이 추진되고 결정된 과정을 모두 확인하면 합리적 의심인지 망상인지 분명해질 것”이라며 “망상이라면 거리낄 것이 없을 테니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하자”고 밝혔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과정을 놓고 국정조사를 주장해온 민주당으로선 모처럼 추진력이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당장 19일 열릴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은 영빈관 신축 추진과정을 집중적으로 따져물을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 등을 두고 특별한 성과를 낸다면 모르겠으나, 쉽지 않다”며 “일주일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국회가 집중적으로 의혹을 때린 마당에 대통령이 빈손으로 돌아오면 여론이 결코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