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대 가상자산 보유 논란을 빚고 있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수십억원대 가상자산 보유 논란을 빚고 있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공직자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가상자산의 일종인 ‘위믹스’ 코인을 대량 거래했단 사실이 보도된 지 나흘 만이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더 일찍 사과드렸어야 했는데, 억울한 마음에 소명에만 집중하다 보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에도 충실하게 근거자료 일체를 모두 제출했다. 당분간은 당의 조사에 적극 임하고, 혹시 추가로 요구하는 자료가 더 있다면 성실히 제출하겠다”고도 덧붙였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입장문을 내어 가상자산 투자 배경과 투자 전후의 금전 흐름을 거래내역 자료로 밝혔지만,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 김 의원은 “어제(8일) 입장문을 통해 자세히 소명했지만, 모든 거래는 실명 인증된 계좌를 통해서 제 지갑으로만 투명하게 거래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거나 상속·증여받았다는 것 역시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김 의원이 이날 ‘뒷북 사과’에 나선 것은, 투자의 위법성 여부를 따져묻는 것과 별개로 당내에서 ‘선출직 공직자로서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라’는 압박이 쏟아진 까닭이다. 이날 오전 송갑석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 의원은 의혹 해소를 앞세우기보다 불필요한 언사를 남발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더 큰 문제는 김 의원이 입장문을 내면서 국민들과 당원들 앞에 사과는커녕 유감을 표명하는 말조차 하지 않는 태도다”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지도부 인사들 역시 물밑에서 김 의원에게 사과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리스크는 내용 이상으로 사후대응이 중요한데, 김 의원은 최악의 대처를 보이면서 당에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겼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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