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승원·주철현·박범계·민형배 의원(왼쪽부터)이 지난 24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에 항의하기 위해 수원지검 청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회기 중이냐, 휴회 중이냐. 8월이냐, 9월이냐.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거란 전망이 커지면서, 영장 청구 시기를 놓고 검찰과 민주당의 수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영장을 언제 청구하는지에 따라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 여부가 갈리는 까닭이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명시한 헌법 제44조는 ‘회기’ 중에만 적용된다.
28일 열린 교육위원회 회의를 끝으로 7월 임시회는 문을 닫았다. 다음달 16일 개회하는 8월 임시회 전에 검찰이 이 대표의 영장을 청구한다면 이 대표는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다. 8월 회기 중 영장을 청구할 경우에도 본회의 표결을 통해 일시적으로 국회를 휴회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방안이 있다. 9월부터 100일 동안 열리는 정기국회는 다르다. 휴회를 할 수 없어 이 시기 영장이 청구되면 반드시 체포동의안 표결에 나서야 한다. 이 대표는 지난달 19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면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안에선 검찰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국회 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의 진짜 목적은 이 대표를 구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 대표의 리스크에 민주당을 옭아매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어도 민주당 의원들이 체포동의안을 가결 처리하는 데엔 부담이 따른다. 강성지지층의 거센 공격이 예상되는데다, 야당이 당 대표의 구인 시도를 승인했단 기록이 역사에 남게 되는 탓이다. 표결에 이르기까지 내홍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 쪽에서도 계산해야 할 대목들이 있다. 8월 검찰 정기인사 전에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부담이다. 무공을 세우지 않는 한 영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8월 안에 이 대표를 구속하려면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는 건너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경우 검찰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대북송금 의혹 뿐 아니라 이 대표를 겨냥한 모든 수사가 무리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2019년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을 위해 쌍방울그룹이 대신 북쪽에 돈을 보냈다는 게 핵심인 대북송금 의혹 수사에서, 현재까지 드러난 건 이 대표와 쌍방울그룹의 연결 고리로 지목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쪽의 오락가락하는 진술 뿐이다. 구속 상태인 이 전 부지사는 그간 혐의를 부인하다 최근 검찰에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을 당시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그조차 보도 직후 자필 입장문을 내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법원이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여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 2월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제1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첫 사례였다. 영장이 집행된다면, 윤석열 정부는 헌정사상 제1야당 대표를 잡아들인 첫 정권이 된다. 민주당에선 진작부터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탄압받는 야당 지도자로 각인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금 시험대에 오른 건, 민주당인가 검찰인가.
엄지원 정치팀 기자 umkija@hani.co.kr